삼전 10만전자 예상하더니…목표주가 11만원→9만원대 슬쩍 하향
전부 매수의견 유지, 역대 매도 리포트 0건…개미들 손실 떠안아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간판 국민주’로 상승세를 탈 줄 알았던 삼성전자[005930] 주가가 ‘5만전자’로 추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불과 2개월 전까지 ’10만전자’ 상승을 전망하던 증권사들은 뒤늦게 목표주가를 내렸지만, 투자 의견은 전부 ‘매수’를 유지해 개미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국내 증권사 24곳이 제시한 삼성전자의 평균 목표주가는 9만783원이다.
지난 18일 삼성전자 종가는 5만9천200원으로 목표주가와의 괴리율은 53.3%다.
올해 들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연중 최고가(8만7천800원·7월 9일)를 기록하던 7월까지 목표주가를 꾸준히 상향 조정했다.
월말 평균 기준으로는 1월 9만4천217원에서 7월 11만80원까지 올렸다.
삼성전자가 ‘7만전자’로 내려앉기 시작한 8월에도 11만원대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그러다 9월 주가가 ‘6만전자’에 이르자 목표주가를 9만원대로 줄하향했다.
목표주가는 내렸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모두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사실상 매도 의견에 가까운 보유(Hold)나 매도 의견은 1건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 ‘반도체 겨울론’이 제기됐고,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맥쿼리가 삼성전자에 대해 ‘매수’에서 ‘중립’으로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하며 충격을 줬다.
결국 삼성전자는 지난 8일 공개된 3분기 실적 쇼크가 겹치며 ‘5만전자’가 됐다.
올해 6월 말 기준 424만7천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소액주주의 한숨은 깊어졌다.
주당 8만6천원에 삼성전자를 산 나주혜(30)씨는 “코로나19 시기부터 물려서 3년 넘게 버티다가 올해 7월에 절반 팔았다. 그때 다 팔았어야 했다”며 “하반기에 10만전자 간다는 증권사의 전망을 믿었다가 땅을 치고 후회 중”이라고 토로했다.
직장인 심모(34)씨는 “살 때는 장밋빛 전망이었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부정적으로 말을 바꿀 줄 몰랐다”며 “차라리 외국계 증권사를 믿겠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의 매도 의견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 리포트’는 역대 0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1위 회사인 만큼 증권사들이 수수료 등을 통해 얻는 수익이 상당하다”며 “삼성전자 IR(기업설명) 담당 부서는 VVIP로 모셔야 한다는 게 증권가의 오랜 분위기”라고 전했다.
저가 매수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이 던진 물량도 떠안고 있다.
외국인이 지난달 3일 이후 27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총 11조5천397억원 순매도하며 ‘역대 최장’ 기록을 이어가는 가운데 개인은 10조8천988억원을 쓸어 담았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20.43% 내리면서 개인이 손실을 상당 부분 떠안게 됐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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