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을 우리 정부가 확인한 가운데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군 참전이 사실일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18일(현지시각) 미국의소리(VOA)에 ‘북한이 1만2000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한국 정보 당국의 발표에 대해 “사실로 최종 확인되면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군이 큰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하면 몇몇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자국 군대 파병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넷 선임 연구원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유럽 국가들의 참전으로 이어질 경우 러시아는 핵무기를 사용해 보복할 것이라는 점을 공공연히 경고해 왔다면서 “따라서 (북한군 파병은) 더 광범위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몇 가지 주요 확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 및 호위함 3척이 해당 기간 북한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북한 특수부대 1500여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송 완료했다”며 “조만간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국정원이 언급한 특수부대는 북한 11군단으로 파악됐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북한 11군단은 특수작전군 예하 정예부대다.
대니얼 프리드 전 폴란드 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군 파병 현실화는 “러시아가 동맹을 끌어들여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향후 중국이나 이란을 비롯한 다른 우방국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 지금 당장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병하거나 차기 정부가 그럴 가능성은 작겠지만, 북한군이 전장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유럽 국가들의 참전 가능성이 대두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프리드 전 대사는 북한군 파병이 러시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이며, 북한군의 예상 전력이나 파병 규모를 고려하면 오히려 해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북한은 지상군 파병을 통해 이들이 전쟁을 경험하게 하고, 또 자신들의 탄도미사일과 포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한국과 역내 안보에 악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하고 심오한 진전이자 실존적 위협”이라며 이에 대해 매우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넷 연구원도 한국군이 1970년대 베트남전 파병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고 현대전에 필요한 전술을 습득하면서 세계적인 군사 강국으로 발돋움했다면서 파병이 북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파괴 무기 조정관은 러시아가 이미 북한의 무기 지원 대가로 식량과 석유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북한은 병력 파견을 통해 이보다 더 큰 대가를 바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반도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 장비, 방공, 첨단 전투기, 미사일·핵 프로그램에 관한 지원을 제공하는지 여부”라며 러시아가 관련 지원에 나서면 한반도 내 힘의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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