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서미희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를 철회하며 IPO 삼수에 도전할 예정이다. 케이뱅크가 두 번째 IPO 출사표에서 고배를 마신 건 높은 업비트의 예치금 의존도 리스크가 불거진 탓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며 “현재 공모 구조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유도하기 어렵다”며 “공모 구조를 개선해 내년에 다시 상장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5일 IPO 기자간담회에서 공모 물량에 대한 문제는 없다고 밝힌 후 사흘 만에 IPO 연기를 발표한 것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내년에 다시 세 번째 상장에 도전할 계획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정확한 시기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내년 초 공모 구조를 수정해 상장에 재도전할 계획이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외 시장에서 케이뱅크 주식 가격이 8000원 이하로 하락한 점을 감안할 때,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평가다.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은 케이뱅크의 희망 공모가 최하단인 9500원보다 낮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가 업비트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그리고 특정 기업이나 개인을 위한 사금고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시행으로 업비트의 예치금 이자율이 연 0.1%에서 2.1%로 상승하면서 늘어난 이자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케이뱅크의 업비트 예치금은 약 3조2000억원이며, 이로 인해 매년 추가되는 이자 부담은 약 6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은 지난 15일 간담회에서 뱅크런 우려에 대해 “업비트 예치금은 대출 재원으로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으며, 국공채 등 고유동성 자원만을 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은행들에서 뱅크런이 발생했지만, 케이뱅크의 상황은 다르다”며 뱅크런 가능성에 대한 논란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854억원으로, 이 중 75%에 해당하는 금액이 업비트 예치금 이자로 지급돼야 한다.
케이뱅크의 20대 이하 신용대출 연체율은 업비트의 영향으로 인해 경쟁사들에 비해 2배 높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가상자산 투자를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이용하는 청년 고객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20대 이하 차주의 연체율은 4.05%다. 경쟁사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2.09%와 1.75%를 기록한 것에 비해 높은 수치다.
케이뱅크는 다양한 수익 모델을 통해 업비트에 지급하는 금액을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구조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케이뱅크와 업비트 간의 초기 시너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커진 상황에서, 암묵적인 1사1은행 규칙이 이 같은 종속 구조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와 빗썸의 양강구도는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과점”이라며, “초기부터 1사N은행 형태로 운영되었다면 이러한 쏠림 현상은 최소화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 및 통신 분야의 독과점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지금까지 큰 변화는 없었다. 은행권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책임지고 사퇴한 CEO도 아직 없다.
케이뱅크의 IPO 철회를 통해 드러난 문제들은 향후 금융업계의 과점 및 정책 개선 논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업비트와 같은 거래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보다 다양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번 상장 연기는 토스나 컬리와 같은 상장 후발주자인 대형 유니콘 기업들의 상장 계획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케이뱅크가 갑작스럽게 상장 포기를 하면서 IPO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시장의 투자 심리와 전반적인 경제 환경에 추가적인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금리 인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올해보다 내년 상황이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6개월 뒤 IPO를 시도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구조 개선 없이 수요가 있을지는 불확실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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