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오늘날 블록체인은 초기 인터넷과 비슷한 상황에 있다. 여러 독립 네트워크가 존재하지만, 정보와 자산을 자유롭게 교환할 능력인 상호운용성이 부족하다. 상호운용성은 은행 간 송금처럼 네트워크 간 자산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멀티체인과 크로스체인은 이러한 연결을 돕는 기술로, 운영 방식과 목적에서 차이가 있다. 이 기사에서는 두 기술의 개념과 차이점, 주요 사용 사례를 살펴본다.
#멀티체인이란
멀티체인은 여러 개의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하나의 연합 환경에서 연결된 기술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 은행 시스템과 유사하다. 각 은행(블록체인)은 고유한 서비스와 규정을 갖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A은행 이용자가 B은행의 대출을 받기 위해 B은행에 계좌를 새로 개설해야 하듯, 각 블록체인도 고유한 설정을 필요로 한다.
#멀티체인의 이점
멀티체인은 네트워크를 병렬로 운영해 확장성을 높인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각각의 블록체인 환경에 맞게 배포되기 때문에 혼잡과 지연을 줄이고 더 많은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멀티체인 기술의 주요 이점은 다음과 같다.
- 다양한 블록체인 활용과 경쟁 유도
각 블록체인은 고유한 합의 메커니즘과 기능을 제공해 서로 다른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한다. 예를 들어, 고처리량 체인은 빠른 거래 처리가 필요한 DApp에 적합하며, 보안 중심 체인은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애플리케이션에 유리하다. 이와 같이 여러 체인이 발전하며 경쟁하게 되면, 더 나은 기술적 솔루션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발전은 블록체인 생태계 전반의 발전을 촉진한다.
- 사용자 경험 개선
멀티체인은 사용자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접근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힌다. 특정 블록체인에 종속된 애플리케이션만으로는 모든 사용자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블록체인에 걸쳐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고유 특성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 구현
사용자들은 이미 익숙한 블록체인 환경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길 원하며, 멀티체인 애플리케이션은 이러한 사용자 경험의 마찰을 최소화한다. 각 체인에 맞춰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함으로써 사용자는 별도의 설정이나 복잡한 절차 없이 원활하게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멀티체인 대표 플랫폼
멀티체인 아키텍처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이더리움 2.0, 폴카닷, 코스모스가 있다.
- 이더리움 2.0
이더리움 2.0(또는 Eth2)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대규모 업그레이드로, 확장성, 보안, 지속 가능성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더리움 2.0의 핵심은 비콘 체인(Beacon Chain)이라는 멀티체인 아키텍처의 도입이다. 비콘 체인은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여러 샤드 체인의 활동을 조율한다. 샤드 체인들은 병렬로 거래를 처리해 이더리움의 처리량을 크게 향상시키며, 기존 이더리움 네트워크보다 높은 확장성을 제공한다.
- 폴카닷(Polkadot)
폴카닷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의 상호운용성을 지원하는 멀티체인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중앙 릴레이 체인(Relay Chain)과 여러 패러체인(Parachains)으로 구성된다. 패러체인들은 특정 애플리케이션이나 사용 사례에 맞게 맞춤화할 수 있으며, 릴레이 체인은 패러체인 간 보안과 통신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 코스모스(Cosmos)
코스모스는 여러 독립된 블록체인을 연결해 상호운용성과 확장성을 제공하는 탈중앙화 네트워크다. 코스모스 생태계의 중심에는 코스모스 허브(Cosmos Hub)가 있으며, 이 허브는 독립 블록체인(존, zones)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각 존은 독립적인 검증자, 합의 메커니즘, 거버넌스 구조를 갖춘다. 코스모스는 IBC(Inter-Blockchain Communication) 프로토콜을 통해 서로 다른 존 간에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및 자산 교환을 가능하게 한다.
#멀티체인의 한계
멀티체인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한계를 지닌다. 멀티체인 구조에서는 애플리케이션이 여러 체인에 분리되어 배포되기 때문에 유동성이 분산된다. 이 경우 특정 체인에서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해 거래 슬리피지(주문이 체결될 것이라고 예상한 가격과 실행된 가격의 차이)가 발생하거나, 최적의 수익률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
개발자의 경우 매번 새로운 블록체인에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할 때마다 해당 네트워크의 기술적 요구 사항에 맞춰 코드를 수정하고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 이로 인해 개발과 유지보수에 많은 리소스가 소모된다. 또한 멀티체인 구조에서는 각 체인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네트워크 간에 일관된 데이터와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도메인 이름 시스템(DNS)과 같이 글로벌 상태가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은 여러 체인에 동일한 이름을 등록할 경우 중복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멀티체인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지만, 각 블록체인에 대한 별도의 설정이 필요하다. 사용자는 새로운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지갑 설정을 변경하거나 가스 토큰을 확보해야 등 절차가 필요하다. 이러한 복잡성이 사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으며 블록체인 대중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크로스체인의 부상
멀티체인은 여러 블록체인을 병렬로 운영해 확장성을 높였지만, 여전히 상호운용성의 한계를 지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상한 기술이 크로스체인이다. 크로스체인은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 간 자산과 데이터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블록체인 간 연결을 더욱 강화한다. 금융 시스템에 비유하면 A은행의 계좌로 직접 B은행의 대출을 신청하거나 송금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이 과정에서 두 은행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동기화해 원활한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다.
#멀티체인과 크로스체인 비교
멀티체인과 크로스체인은 모두 네트워크 확장을 목표로 하지만 작동 방식은 다르다. 크로스체인 기술은 락 앤 민트(Lock and Mint)와 유동성 네트워크(Liquidity Networks) 방식을 활용한다.
- 락 앤 민트 : 원본 체인에 자산을 잠그고, 다른 체인에 랩드 토큰(wrapped token)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을 폴리곤으로 전송할 때 이더리움 체인에 자산을 잠그고, 폴리곤에서는 wETH를 발행해 거래를 처리한다.
- 유동성 네트워크: 송신 체인과 수신 체인에 미리 유동성 풀이 마련돼 있어 별도의 랩드 토큰 없이 자산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빠르고 효율적인 자산 이동이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으로 크로스체인은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더 많은 거래량을 처리하며 네트워크 성능 저하없이 사용자 수요에 대응한다.
#크로스체인 솔루션과 사용 사례
크로스체인 기술은 DeFi, DEX, NFT, 공급망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과 효율성을 높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 체인링크: CCIP로 범용 크로스체인 연결 지원
체인링크는 다양한 블록체인 간 메시지 전송과 토큰 이동을 지원하는 CCIP(크로스체인 상호운용성 프로토콜)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개발자는 복잡한 코드를 줄이고 효율적인 크로스체인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다. 체인링크의 오라클 네트워크와 결합하면 정확한 데이터 교환과 스마트 계약 자동화도 가능하다.
- 웜홀, 크로스 디앱 구축을 위한 범용 프로토콜
웜홀은 xDApp(크로스체인 애플리케이션) 구축을 지원하는 범용 프로토콜이다. 가디언 네트워크를 통해 원본 체인의 메시지를 검증하고 대상 체인에 안전하게 전달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특정 체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 레이어제로(LayerZero), 옴니체인 상호운용 프로토콜
레이어제로는 오프체인과 온체인을 결합한 메시징 프로토콜로, 울트라-라이트 노드(ULN)라는 스마트 계약을 통해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레이어제로는 필요한 경우에만 메시지 전달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비용과 리소스를 절감한다. 이런 강점에 힘입어 최근 개발자들에게 매력적인 솔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아발란체 워프 메시징(Avalanche Warp Messaging,AWM): 개발자 맞춤형 메시징 솔루션
아발란체의 AWM은 개발자가 고유한 메시지 규격을 정의해 DApp 간 통신을 구성하도록 지원한다. AWM은 BLS 멀티 서명을 통해 메시지의 보안을 보장하며, 아발란체 네트워크에서 강력한 DApp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악셀라(Axelar), 일반 메시지 전달로 네트워크 연결성 확대
악셀라는 일반 메시지 패싱(General Message Passing) 프로토콜을 통해 여러 블록체인을 연결한다. 이 프로토콜은 악셀라의 위임형 PoS(dPoS) 합의를 사용해 안전한 상호운용성을 제공한다.
- 상호운용 가능한 탈중앙화 거래소(DEXs)
토르체인(Thorchain)과 유니스왑(Uniswap)v3와 같은 플랫폼은 신뢰 기반 없는 비수탁 거래를 지원해 중앙화된 중개자 없이도 암호화폐를 교환할 수 있다. 이러한 크로스체인 DEX는 유동성, 가격 발견, 접근성을 높여 트레이더와 투자자, DeFi 사용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며, 보다 포괄적이고 탈중앙화된 금융 생태계를 조성한다.
#크로스체인의 한계
크로스체인 기술은 네트워크 간의 단절을 줄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지만, 여전히 몇 가지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 기술적 복잡성과 표준화 부족
블록체인마다 합의 알고리즘, 보안 방식, 프로그래밍 언어가 달라 상호운용성 솔루션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의 솔리디티(Solidity)와 코스모스의 IBC 프로토콜 간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별도의 브리징 솔루션이 필요하다. 이는 개발 시간과 비용을 증가시키며, 유지보수도 복잡하다.
- 보안 리스크 증가
네트워크 간 연결이 증가할수록 해킹 위험도 커진다. 2022년 로닌 네트워크(Ronin Network) 해킹 사건에서는 6억250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해 크로스체인 브리지의 보안 취약점이 부각됐다. 네트워크 간 통합이 늘어날수록 새로운 공격 벡터가 생겨날 위험이 있다.
- 거버넌스 문제와 분산화의 한계
각 블록체인은 고유의 거버넌스 모델로 운영되기 때문에 상호운용성 솔루션 도입 시 네트워크 간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체인 간 협력을 어렵게 하고, 상호운용성의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
#블록체인 미래를 여는 기술, 크로스체인과 멀티체인
멀티체인과 크로스체인은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상호 보완적 기술이다. 멀티체인은 보안과 자율성이 중요한 환경에서 활용되며, 특정 산업에 특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반면, 크로스체인은 유연한 확장과 상호작용이 필요한 경우에 강점을 발휘하며, 다양한 블록체인을 연결해 더 큰 생태계를 조성한다. 이 두 기술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생태계 발전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각기 다른 역할을 통해 미래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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