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서미희 기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테스트가 내년 초로 연기된 가운데 참여 은행들은 테스트 오픈을 앞두고 여러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유통 과정을 구현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중앙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발행하는 화폐다. 현재 65개국이 CBDC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은 2020년부터 본격적인 연구와 실험을 시작했으며,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CBDC 실거래 테스트를 위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테스트에는 6개 국내 은행이 참여할 예정이며, 내년 초 일반인 10만명을 대상으로 실거래 과정을 실험할 계획이다.
실거래 테스트에서는 중앙은행과 소매 화폐 판매점의 시뮬레이션이 적용되며, 시범운영에는 휴대전화 결제, 자금 이체, 입금 등이 포함된다. 참여하는 은행은 우리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하나은행 총 여섯 곳이다.
이들 은행은 대부분 가상자산 수탁 경험이 많은 곳이다. 각 은행은 현재 가장 적합한 예금 토큰 사용처(서비스 가맹점)을 선별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같은 농협 계열의 하나로마트를 테스트에 참여시킬 예정이고, 다른 은행들은 주요 편의점 등과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각 은행들이 이용자들에게 디지털 화폐를 제공한 후, 실제로 여러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유통 과정을 구현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인 만큼 은행들이 어떤 서비스 가맹점과 제휴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은행들, 자체 앱에서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하고 CBDC 환전까지
우리은행은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자체 앱을 통해 가상자산 서비스, 즉 대체불가토큰(NFT),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토큰증권(ST)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우리은행은 전자지갑 ‘원더월렛’ 개선 사업을 통해 디지털 자산 연계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특히, 뮤직카우와 협력해 토큰증권을 앱에서 보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토큰증권(ST)기반 디지털자산 운용 플랫폼 피스(PIECE) 운영사인 바이셀스탠다드와도 협력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은행권 중 블록체인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수용해왔다.
신한은행은 2017년 은행권 최초로 블록체인 전담 조직인 ‘블록체인 랩’을 신설했다. 또 2019년부터 부동산, 미술품, 웹툰 등 다양한 기초자산 분야의 기업과 함께 토큰증권 사업을 준비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미술품 공동구매 서비스인 ‘소투’와 제휴했지만, 당국의 제재로 인해 해당 사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같은 경험을 기반으로 신한은행은 한국은행 CBDC 실거래 테스트 준비를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 클라우드 내 CBDC시스템 구축 사업자로 LG CNS를 선정하고 현재 클라우드 내 구축작업 진행 중에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와 함께 CBDC 결제 시나리오 중 ‘신한 SOL앱’을 통해 사용자가 CBDC를 환전하고 ‘땡겨요앱’을 통해 결제하는 부분이 있어 시스템 연계 개발도 함께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2021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지갑 ‘멀티에셋 디지털 월렛’의 시험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디지털 월렛은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에 사용되는 클레이튼(Klaytn)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당시 개발된 디지털 월렛은 CBDC 외에도 가상자산, 지역화폐,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의 충전, 송금, 결제 기능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멀티에셋 디지털 월렛에 디지털 신분증, 스마트키, 전자서류 기능 등을 추가해 점차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열띤 준비에도 CBDC 프로젝트 일정은 지연 중⋯왜?
다만 NH농협은행은 다른 은행들과 비교해 준비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NH농협은행은 내년 초 론칭을 목표로 디지털금융 플랫폼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CBDC 프로젝트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CBDC 프로젝트도 중요하지만, 대규모 디지털 금융 사업의 안정적 이행을 위해 일정 조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이유로 실거래 테스트도 내년 상반기로 연기된 것으로 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LG CNS와 디지털화폐(CBDC) 활용성 테스트 관련 시스템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약 96억8000만원이며, 기간은 15개월이다. LG CNS는 앞서 NH농협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과 협력해 블록체인 기반의 CBDC 플랫폼을 시범적으로 구축한 바 있다.
#지급결제 서비스 시장의 발전…개방형 API부터 CBDC 개발까지
한국은행은 지급결제 서비스 시장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개방형 API를 도입하며 2016년에는 금융권의 공동 핀테크 오픈 플랫폼이 구축됐다. 이후 2019년 오픈뱅킹 공동업무 시스템 가동을 통해 모든 핀테크 업체와 은행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급결제 서비스의 혁신의 연장선에서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금 사용 감소에 따라 디지털 법정화폐 인프라 확충과 서비스 접근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CBDC는 민간 가상자산의 신뢰를 대체하고, 시장 경쟁을 촉진하며 사용자 데이터 보호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CBDC 발행의 의의와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디지털 전환에 따라 선불 지급 수단,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민간 화폐가 등장하고 있으나, 이는 궁극적으로 CBDC를 기반으로 한 이중 통화제도로 통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국은행은 CBDC를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확장하는 데엔 선을 그었다. 보고서는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신뢰 문제는 CBDC 외에도 은행 신탁계정, 유동성이 높은 단기 국채, 또는 통화안정증권 등을 준비 자산으로 활용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CBDC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다른 주요 아시아 국가로는 중국, 홍콩, 일본 등이 있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 프로그램에 대한 소매·상업 테스트 단계에 진입하면서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2016년부터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 도입을 준비해 왔으며, 유럽은 이미 CBDC 구현 단계에 접어들어 이르면 내년 말에는 실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은행은 미국 등 기축통화국과 협력하여 글로벌 디지털 화폐 지급결제 플랫폼을 구축하는 ‘아고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무역 결제와 해외 송금의 거래 속도를 높이고, 스마트 계약을 활용해 편의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국제결제은행(BIS)에 의해 선정된 7개국(미국·영국·일본·프랑스·스위스·한국·멕시코) 중앙은행 및 국제금융협회(IIF)에 의해 모집된 41개 민간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글로벌 공공-민간 협력 프로젝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NH농협은행은 아고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BIS는 토큰화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와 은행 예금을 통합한 글로벌 플랫폼 내에서 국가 간 지급결제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검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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