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외환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9월 미국의 빅컷(0.5%포인트 인하)도 소용 없었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과 미국의 경기 노랜딩(미착륙) 전망은 그대로 강달러를 유발하며 10월 들어 원·달러는 75원 넘게 급등했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 등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에 따른 원화 약세까지 더해지며 당분간 고환율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재집권 시 환율이 1400원대에 재진입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돌아온 강달러…환율, 10월 들어 70원 상승
2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9시40분 현재 원·달러는 전날 오후 3시30분 종가( 1375.2원) 대비 7.7원 오른 1382.9원에 거래 중이다. 장중 최고가는 1382.9원이다. 종가 기준 1380원 돌파는 지난 7월 30일(1385.3원) 이후 석달 만으로 이달 들어 오름폭은 75.1원에 달한다.
지난달 연방준비제도가 빅컷에 나설 때만 해도 미국의 경기 균열 예상에 원·달러가 1200원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기가 탄탄하다는 지표가 속속 발표되며 짙어진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은 그대로 달러 강세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11월 금리 동결 예상은 한달 전 0%에서 13.5%로 올라왔고, 50%에 달하던 추가 빅컷 전망은 0%로 떨어졌다. 주요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는 104선을 위협하며 8월 중순 이후 두달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 62%까지 올랐다
달러 강세의 또 다른 진원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높아진 재선 가능성이다. 최근 미국의 선거 베팅 사이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60% 안팎까지 오르며 해리스 후보를 크게 앞지르며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은 달러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됐다. 상대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와 막대한 국채 발행 등 확장적 재정정책은 미국의 경기 낙관론과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며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해외IB인 골드만삭스는 트럼프의 핵심 정책인 관세와 이민 정책 등이 연준의 통화정책 지연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2%로 8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4.03%로 4%를 넘어섰다.
◆주요국 약세에 北 러시아 참전까지
주요국의 통화 약세도 달러 강세를 야기하고 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3번째로 정책 금리를 25bp 인하한데 이어 12월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며 금리 인하에 속도가 붙었다. 영국의 인플레이션 둔화에 내달 영란은행의 인하 전망도 커졌다.
엔화도 하락세다. 이달 말 예정된 일본 총선 결과에서 12년만에 자민당이 단독과반에 실패할 수 있다는 예상은 정부가 출범 초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며 엔화 약세로 나타나도 있다. 한달 전만 해도 140엔대 던 달러당 엔화값은 최근 150엔까지 절하됐다.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파병과 중동 분쟁 리스크도 안전자산 강화 심리 강화로 이어지며 원·달러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18일 국가정보원은 북한은 1만2000명의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하고 1차로 1500명의 특수부대를 블라디보스토크로 보냈다.
◆변수는 당국 개입 경계…”트럼프 재집권 시 1400원 돌파”
변수의 당국의 개입이다. 그동안 환율 레벨이 급격히 올라왔다는 점에 따른 피로감과 함께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과 미세 조정 등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추가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1차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370원이 뚫렸다는 점과 최근 환율 상승이 원화보다 달러 강세에 주로 기인한다는 점에서 원·달러 상승 추세를 제지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더 커질 경우 달러 강세 압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과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도 “단기간 너무 급등했다는 점에서우선 1390원을 저항선으로 보지만, 오버슈팅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호조와 국채 금리 상승, 트럼프 당선 가능성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재료”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시 원·달러 환율이 재차 14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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