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미국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재 미 의회에 계류 중인 가상자산(암호화폐) 법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 간의 가상자산 관련 입장 차이가 있는 만큼 대선 결과에 따라 법안 통과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의회 선거도 동시에 치러지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 정책의 추진 속도도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27일 전미 주(州)의회협의회(NCSL)에 따르면 현재 약 50개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들 중 주요 법안으로는 디지털 자산 자금세탁방지법(Digital Asset Anti-Money Laundering Act2023)과 21세기 금융 혁신 및 기술법(Financial Innovation and Technology for the 21st Century Act·FIT21)이 있다. 해당 법안들은 가상자산 규제와 금융 혁신을 위한 법적 틀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층 더 강화된 규제…통과 가능성은?
우선 디지털 자산 자금세탁방지법은 지난해 7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과 로저 마셜 공화당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으로 디지털 자산 생태계에서 발행할 수 있는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이 법안은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검토 중이다.
이 법안은 2020년에 시행된 자금세탁방지법(Anti-Money Laundering Act)에서 한층 더 가상자산 대상의 규제 범위를 확대했다. 기존 자금세탁방지법은 채굴자, 검증자, 비관리형 지갑(Unhosted Wallets) 등에서 규제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채굴자(Miner)와 검증자(Validator)는 네트워크상에서 거래를 처리하고 블록을 생성하는 기술적 역할을 하지만 직접적인 금융 거래의 중개자로 인식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중앙화된 금융기관이나 거래소와 달리 고객인증(KYC)이나 자금세탁방지(AML) 규정을 적용받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디파이 플랫폼은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고 지갑 주소만으로 자산을 보관하고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디파이에서도 고객확인(KYC)과 AML이 의무화되면 탈중앙화 시스템에 중앙화된 권한이 부여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처럼 한층 더 강화된 가상자산 규제에 대해 트럼프 후보는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홍푸른 디센트 대표 변호사는 “트럼프는 가상자산 규제 철폐와 함께 친화적 정책을 펼칠 것을 약속했다”며 “해당 법안에 부정적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일가가 직접 디파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만큼 규제 성격이 강한 이 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해리스 후보의 입장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해리스는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대통령 당선 이후 디지털 자산과 같은 혁신 기술을 장려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가상자산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며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정영기 김앤장 변호사는 지난달 열린 디지털자산정책포럼에서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가상자산에 적대적이지 않아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어떻게 도출될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홍푸른 변호사는“해리스가 가상자산 규제에 대해 구체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큰 틀에서, 바이든 정부의 기조를 따라간다면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 FIT21, 탈중앙화 여부로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가상자산 계류 법안 중 또 하나의 핵심 법안은 21세기 금융 혁신 및 기술법(FIT21)으로 지난 5월 미국 하원을 통과해 현재 상원에 이관돼 검토 중이다. 이 법안의 핵심은 디지털 자산을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여부에 따라 증권과 상품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탈중앙화된 자산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 아래 상품으로 분류되며, 중앙화된 자산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를 받는 증권으로 간주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개별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에 따르면 탈중앙화 여부는 △자산의 발행 방식 △네트워크의 중앙화 기구 △참여자의 의사결정 권한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탈중앙화 여부로 가상자산 증권성이 결정되는 것을 두고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디지털 자산이 증권성에서 벗어나, SEC가 투자자를 보호할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특히 하위(Howey) 테스트를 무시하고 자산을 탈중앙화된 상품으로 분류할 수 있게 돼 규제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와 해리스 모두 FIT21 법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트럼프는 디지털 자산 자금세탁방지법과 달리 FIT21 법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크다. 홍푸른 변호사는 “FIT21 법안의 핵심은 가상자산의 성격에 따라 SEC와 CFTC로 규제 기관을 나누는 것“이라며, CFTC 규제를 받는 자산이 SEC 규제를 받는 자산보다 규제 강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더 친화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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