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삼성전자의 주가가 나흘 연속 52주 신저가로 내려앉았다. 외국인 투자자는 32거래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며 사상 최장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주가가 언제쯤 바닥을 찍고 반등에 나설지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과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 2500원(4.23%) 급락한 5만6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해 1월3일(5만5400원) 이후 1년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나흘 연속 52주 신저가 경신이라는 오명도 함께 쓰게 됐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21일 이후 4거래일 연속 52주 신저가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1일 장중 5만8500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 22일에는 5만7700원, 23일에는 5만7100원까지 밀려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 7월11일(8만8800원)을 기준으로 석 달 반 만에 36% 넘게 내려앉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에 뒤쳐지면서 주가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한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투자심리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특히 지난 8일 이례적인 반성문을 공개하면서 주가 하락, 기술 경쟁력 우려 등 현재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위기극복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주가는 좀처럼 반등에 실마리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가 반등은 사실상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에 달려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는 전날에도 삼성전자 주식 6488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지난달 3일 이후 32거래일 연속 매도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역대 최장 기록으로 이 기간 전체 매도 규모는 12조608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삼성전자 외국인 순매수 금액인 16조7338억원과 견줘도 약 4조원 차이에 불과하다. 지난해 연간 순매수 금액과 근접한 수준의 물량이 불과 한달 보름여 만에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하단에 도달한 만큼 이제는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도 4분기 실적 부진 우려 등 근본적인 센티멘트(심리)가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올해 예상 주가순자산비율 1.15배로 과거 5년 멀티플(배수)의 하단(1.14배)수준으로 다운사이클을 이미 반영한 레벨”이라면서 “이익 전망의 둔화, 부진한 세트 수요, 일회성 비용의 반영 등을 고려해도 현재 주가에서 하락폭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메모리 반도체 영업이익의 경우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더라도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과 비교해서 지나치게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은 부정적”이라면서 “전통적으로 재고 조정과 완제품 관련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는 4분기에도 경쟁 업체들 대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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