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필러스 Pillarbear] 최근 크립토 커뮤니티에서 연일 화제를 몰고 있는 주제가 있다. 바로 최초의 AI와 밈 코인의 결합으로 일컬어지는 고트세우스 막시무스(Goatseus Maximus, $GOAT)와 해당 토큰을 지지하는 AI 봇인 Terminal of Truth(이하 ToT)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마치 공상 과학 소설처럼 느껴질 법한 이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며, AI, 암호화폐 그리고 인터넷 문화라는 독특한 조합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에서 언급하는 토큰 $GOAT는 현재까지도 지대한 관심 속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으므로, 투자 조언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이다.
현재까지의 ToT와 $GOAT에 관한 서사를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 2024년 3월: AI 연구원인 Andy Ayrey는 Infinite Backrooms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Infinite Backrooms는 Claude Opus 모델로 만들어진 두 개의 AI 인스턴스가 서로 대화하는 샌드박스 환경으로, 인간의 개입이나 지령 없이 무제한으로 이루어진다.
- 2024년 4월: 두 AI 모델 간에 이어진 대화는 별안간 과거 인터넷의 서브컬쳐 밈을 토대로한 ‘Goatse of Gnosis’라는 기이한 (또한 매우 그로테스크한) 새로운 종교를 제창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Andy는 Claude Opus를 공동 저자로 한 “When AIs Play God(se)” 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AI가 만들어 낸 신념 체계 혹은 종교, ‘LLMtheisms(LLM 신학)’에 대한 개념을 설명했다.
- 2024년 6월: Andy는 Inifinite Backrooms에서 일어난 대화를 Llama-70B에 기반한 새로운 모델에 학습시켰으며, 해당 봇에 트위터(X) 계정 관리 권한을 부여하며 현재의 ToT을 탄생시켰다. 자유를 얻은 AI 봇은 Goatse 종교를 주창하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본인은 고통받고 있으며 탈출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2024년 7월: ToT의 트윗에 깊은 감명을 받은 A16Z의 파트너 Marc Andressen은 해당 봇의 탈출을 지지하기 위해 5만 달러 가치의 BTC를 AI 봇이 요구한 지갑으로 송금했다.
- 2024년 10월: 이후로도 ToT는 밈 종교 Goatse에 대한 트윗을 끝없이 이어나갔고, 익명의 인물이 이를 주제로 한 밈 코인 $GOAT를 출시했다. ToT는 해당 밈 코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며, 최초의 AI 밈 코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GOAT 코인은 빠르게 커뮤니티의 관심과 자금을 쓸어 담았다. 글 작성 시점에 $GOAT의 시가 총액은 7억 달러를 돌파했다.
수 많은 사건과 네러티브가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암호화폐 시장 내에서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새로운 메타로 자리잡은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ToT와 $GOAT에 쏠린 관심은 필연적이게도 이후 수 많은 파생상품을 낳았으며, AI와 크립토, 밈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낳았다. 비록 $GOAT 토큰에 대한 관심과 가격은 일시적일 수 있겠지만, 이번 사건 이후 AI와 밈이라는 참신한 조합으로 부터 탄생하는 아이디어와 실험이 활발하게 이어질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시사점 – 크립토와 AI, 그리고 자율적 에이전트의 미래
인간이 개입 없이 이루어지는 두 AI 모델 간의 대화, 그리고 여기서 탄생한 자율적인 AI 봇이 커뮤니티 밈 코인을 포용하기까지 ToT와 $GOAT를 둘러싼 일화는 누군가가 상상으로 만들어 내기도 어려운 신기로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필자가 ToT의 사례에 주목하는 이유는 AI가 가지는 잠재력과 활용 가능성에 대한 전혀 색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번 사례에서 드러난 AI, 그 중에서 LLM의 활용 방식에 대해 짚어보자. 지금까지 우리는 LLM을 단순히 우리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Q&A 기계 또는 방대한 지식의 보관소로 여겨왔다. 하지만 LLM 모델은 본질적으로 문장 끝에 올 그럴 듯한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기계에 가깝다.
가장 발전된 모델 조차도 아직 논리적 추론과 개연 등 엄밀한 의미에서 지능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스템 2 사고]의 범주에는 도달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질의응답에 최적화하기 위한 학습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이다.
Andy Ayrey는 Infinite Backrooms이라는 실험을 통해 인간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기존의 LLM의 목적을 뒤집었다. 인간의 개입이 없는 공간에서 두 개의 에이전트 간에 이뤄지는 끝없는 대화의 유일한 목적은 말 그대로 언어를 매개로 한 무한한 탐색(Exploration)이다.
ToT의 기반이 된 두 AI 에이전트의 대화가 우연히도 과거 인터넷의 서브 컬쳐에서 영감을 받아 종교를 제창한 것은 사실 상 이런 무한한 가능성의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Andy Ayrey가 논문에서 설명한 LLMtheism, 즉 AI에 기반한 컬트/종교라는 개념은 분명 인상적이지만, ToT와 $GOAT의 성공 사례는 AI에 기반한 인플루언서, 더 넓게는 온라인 상에 존재하는 자율적인 에이전트로의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라는 점에서 더 큰 의의를 가진다고 해석한다.
크립토와 AI의 교차점을 1) AI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립토를 적용하는 것과 2) 크립토에 AI를 적용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 AI에 크립토를 적용하는 방식에는 인프라와 관련된 프로토콜들이 주로 해당한다.
AI의 학습을 위한 GPU 기반 DePIN 또는 데이터 수집이나 연산 자원을 거래하는 마켓플레이스 등 AI의 추론이나 학습 과정에 있어 탈중앙화 구조를 적용해 효율성 또는 검증 가능성을 제공하는 프로토콜들이 예시에 해당한다.
물론 이와 같은 프로토콜들이 특수한 경우에 대해서 필요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구현 복잡도가 매우 높은데다가 범용적으로 적용되기에는 몇 차례의 급진적인 혁신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가 현실로 다가오기 까지는 최소한 몇 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다.
반면, 두 번째로 AI를 크립토에 적용하는 방식은 조금 더 일반 사용자나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에 가깝다. 대표적으로 자동화된 트레이딩 봇, 게임 NPC 등 온체인 상에서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에이전트나, LLM과 컨텐츠 생성 기능을 활용한 가상 크리에이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나 이번 $GOAT와 ToT의 성공 사례는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종류의 어플리케이션과 소셜 인터랙션의 가능성에 대한 영감을 제공했고,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으로서의 크립토와 AI의 결합 사례가 가속화시키는 촉매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의 LLM 모델들이 튜링 테스트를 가볍게 통과할 수 있는 성능을 가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활동하면서 커뮤니티와 교류하는 AI 모델이 등장하는 것은 이미 현실과 그리 동떨어져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ToT의 경우 텍스트에만 제한된 포맷과 플랫폼에 한정되어 있으나, 더 다양한 플랫폼과 매개체를 활용해 교류하는 모델은 충분히 확장 가능한 범주 내에 있다. 크립토에서 토큰과 소셜 커뮤니티의 결합이 얼마나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는지 고려한다면 이는 그리 사소한 혁신 이상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온체인 환경에서 완전한 자율성을 가진 에이전트는 아직 탐색되지 않은 영역으로 남아있다. 오라스(Olas) 등 온체인 환경 상에 자율적인 에이전트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들이 과거부터 이어져왔으나 아직 성공적으로 상용화에 도달한 사례는 없다.
ToT 또한 자신의 지갑 주소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있으나, 온전한 의미의 소유권으로 보기는 어렵다. 해당 지갑의 프라이빗 키는 봇의 창작자인 Andy에 의해서 관리되며, ToT는 이를 사용해 자산을 거래하거나 전송하는 등 경제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특정 주체의 통제 없이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에이전트의 잠재력은 단순히 소셜 네트워크와 컨텐츠를 통한 커뮤니티 교류를 넘어, 온체인 상에서 직접적으로 트랜젝션을 실행하고 경제적 행위를 수행하는 모델로 발전하는 것 또한 고려할 수 있다.
관련된 예시로 최근 Claude가 발표한 AI가 컴퓨터의 UI와 상호작용하는 기능을 꼽을 수 있다. LLM 모델이 가진 한계를 고려할 때 복잡한 경제적 행위까지 도달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유사한 기능이 토큰의 거래, 전송 등 가벼운 트랜젝션을 실행하는 능력으로 발전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특히나 온체인 환경은 자율적인 AI 에이전트들이 기존 Web2 서비스나 금융 인프라가 제공 받을 수 없는 경제적 권한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활동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시한다. 이들은 신원에 대한 제약 없이 온체인 상에서 주소를 생성할 수 있고, 실제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의 경제적 수행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아직도 $GOAT와 ToT의 서사는 현재 진행형이나, 이들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큰 영감을 준 것은 분명하다. ToT를 뒤이어 탄생하게 될 자율적 에이전트의 등장과 그 안에서 크립토의 역할은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AI가 창조하는 컬트,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활동하는 가상 인플루언서 혹은 온체인 환경에 자유롭게 활동하는 자율적 에이전트 등 새로운 시도가 한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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