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약 6% 상승, 장중 1,390원 찍어…1,400원 눈앞에
주요 통화보다 더 약세…국내 경기 우려·외국인 순매도 여파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민선희 오지은 기자 = 원/달러 환율이 한 달 새 약 80원 뛰면서 다시 1,40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이에 더해 국내 경기 부진 우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 등 여파로 원화는 더 약세 압력을 받았다.
27일 금융시장에서는 다음 달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원/달러 환율 1,400원 목전…美 경제 연착륙에 ‘트럼프 트레이드’까지
지난 25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종가는 1,388.7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7월 3일(1,390.6원) 이후 가장 높았으며, 지난 9월 말(1,307.8원)과 비교하면 10월 한 달에만 80.9원(6.2%) 뛰었다.
특히 이날은 장 중 1,390원 선을 넘어서면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400원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16일 장중 1,400원을 찍었다가 당국 구두개입이 들어오자 밀려 내려왔다.
최근 환율 상승의 배경은 미 달러화 강세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가 축소됐다.
이에 더해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기대, 일반 엔화와 중국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약세도 달러화에 강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0월 초 미 고용 결과와 소비자물가, 소매 판매 등 핵심 경제지표가 이전치,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미 국채금리가 오르고 달러화 지수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금융시장도 급하게 이를 반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재정 지출 확대, 보호무역주의 확산, 이민자 유입 축소 등으로 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 가치가 뛰었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미 대선 이슈가 시장 심리를 지배하는 가운데 트럼프 승리 전망에 힘이 실리자 미 국채 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관세를 인상하면 수입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물가상승률 상승, 금리 상승, 달러 강세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관세를 높이면 무역 상대방도 보복 관세를 부과하게 되고 결국 다 같이 무역 장벽을 높이 올리게 돼 글로벌 무역량이 감소한다”며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 특성상 무역량 감소는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곤 했다”고 덧붙였다.
진옥희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도 “무역 갈등 격화와 이민 제한 정책은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성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안전자산 선호 속 달러 강세로 연계될 수 있다”며 “실제로 트럼프 1기 시절 무역 갈등이 격화된 2018∼2019년 달러는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중동과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 고조도 대표적 안전 자산인 달러의 가치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진 연구원은 “이스라엘-이란 간 중동 갈등과 북한의 경의선 및 동해선 도로 폭파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원화 약세에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 주요국 대비 하락 폭 커…경기 우려·외국인 순매도에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의 달러 대비 주요국 통화 환율 비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원화(-5.21%)의 절하 폭이 가장 컸다.
9개국 통화 중 일본 엔(-4.92%), 호주 달러(-4.35%), 영국 파운드(-3.07%), 유로(-2.87%), 캐나다 달러(-2.45%), 스위스 프랑(-2.21%), 중국 위안(-1.52%), 대만 달러(-0.69%) 모두 원화 보다 하락률이 낮았다.
원화가 유독 약세를 나타낸 이유로는 국내 경기 우려가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 대비·속보치)은 0.1%로, 한은 전망(0.5%)에 크게 못 미쳤다.
내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던 수출까지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성장률이 부진한 것도 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에 분명한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도 원화 가치를 끌어내린 요인 중 하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3조2천601억원을 순매도했다.
다만 이달 초 연휴 효과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외국인 주식 순매도 등으로 원화가 다른 통화 대비 더 약세를 나타냈다”면서도 “10월 초 징검다리 연휴를 앞두고 9월 말에 수출업체들 매도가 집중된 탓에 일시적으로 환율이 크게 떨어진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 당국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필요시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원화) 약세 속도가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면이 있어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며 “환율 변동성을 각별히 주시하고 있기에 ‘쏠림 현상’이 있다면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같은 날 특파원 간담회에서 “(특정한 환율 목표치)보다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환율이 어느 속도를 넘어서서 박스권을 벗어나면 조정이 필요한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 11월 미국 대선 변수…”트럼프 재집권시 연말 환율 상단 1,450원”
원/달러 환율의 주요 변수로는 11월 미국 대선이 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환율이 1,400원대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1,400원에 기술적 저항은 분명히 있지만,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뜻하는 달러인덱스가 현재 104선에서 106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으므로 단기적으로 환율이 1,410∼1,420원까지는 갈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분석가도 “기술적으로 1,400원을 찍을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며 “1,400원 터치 여부는 외환 당국 개입 강도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일시적 오버슈팅도 가능하지만, 달러 강세 재료가 상당 부분 노출됐다는 점에서 11월 대선 이후 연말엔 레벨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환율 방향은 미 대선 결과에 따라 크게 갈릴 것으로 전망됐다.
진 연구원은 올해 4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1,310∼1,400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1,350∼1,450원을 제시했다.
진 연구원은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정책 불확실성 경계감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높은 흐름을 보이겠지만 10월 중순부터 트럼프 트레이드가 반영돼왔음을 고려하면 상승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당선자가 누구냐에 따라 연말 환율 차이는 50원 이상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환율 수준이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서 대선 이후엔 이벤트 해소 등으로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불안정성이 해소되면서 환율은 안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hk999@yna.co.kr, ssun@yna.co.kr, buil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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