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남주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에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우리나라의 3분기 GDP 쇼크까지 겹치며 원·달러의 1400원대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1450원대 진입까지 언급되는 가운데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가 밀릴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28일 서울 외환 시장에서 원·달러로 환율은 1390.5원에 장을 나서며 호시탐탐 1400원대 돌파를 노리고 있다. 지난달 말만 해도 1200원대 진입이 전망되던 환율은 이달 들어 80원 넘게 오를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국내외 변수들이 모두 고환율을 부추기고 있다. 9월 미국의 빅컷(0.5%포인트 인하) 단행에도 탄탄한 경제 지표가 속속 발표되며 추가 금리 인하 기대를 후퇴시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대규모 관세와 확장 재정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자극과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으로 이어지며 달러 강세를 야기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12월 추가 인하와 일본 총선에서 여당의 과반 실패도 엔화값 급락으로 이어지고, 이스라엘의 이란 군시설 타격도 달러에 힘을 더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는 지난달 100선에서 104선으로 올랐다. 달러당 엔화값은 한달 전 143엔 대서 최근 153엔대로 절하됐다.
우리나라가 3분기 GDP로 0.1%로 겨우 마이너스를 면하며 쇼크를 기록하고,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참전 소식도 원화의 힘을 빼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이스라엘·이란 리스크로 인한 유가 추가 상승폭이 변수”라면서 이번주 원·달러 밴드로 1360~1420원을 예상했다.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시급성이 높아졌지만, 한은의 마냥 금리 인하에 나서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치솟는 집값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더해 고환율까지 한은의 금리 인하를 제약하면서다.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는 현재 3.25%포인트 차이인 한·미 금리가 더 좁혀지며 외국인 이탈과 고환율을 부추길 수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달 미국의 동결 가능성은 한달전 0%에서 최근 7%까지 올라왔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이 총재는 25일(현지시간) 국내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도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언급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환율은 외국인 자금이탈과 수입물가를 자극해 금리 인하를 제약하게 된다”면서도 “미국의 불확실성에 가계부채와 집값 급등에 환율 우려까지 더해지며 한은은 11월 동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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