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친암호화폐 성향인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기대감이 최근 암호화폐 시장을 지지하고 있지만 구리-금 비율 하락 추세는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에 대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인데스크는 28일(현지 시간) 트레이딩뷰 데이터를 인용, 구리-금 가격 비율이 올해 최저로 하락, 2020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경제 체력과 투자자들의 위험 추구 성향 지표로 간주되는 구리-금 비율은 금년에 15% 넘게 하락했다. 이는 2018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코인데스크는 9월 말 중국이 일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구리-금 비율이 10% 하락한 것은 특히 우려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9월에 50bp 금리 인하를 단행, 유동성 완화를 시작했음에도 구리-금 비율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구리-금 비율의 지속적 하락은 위험자산 시장이 간과하고 있는, 보다 심각한 경제 상황에 대한 경고 신호일 수도 있다. 구리는 산업용 금속으로, 글로벌 경제가 확장될 때 대개 강세를 보이며 과거 중국의 경기 부양책 발표에 긍정적으로 반응해왔다. 반면, 금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구리-금 비율 하락은 위험 회피 신호로 해석된다고 코인데스크는 설명했다.
비트코인, 구리-금 비율과 상관관계
현재 비트코인은 연초 대비 60% 상승, 28일 오전 6만9000 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승은 1분기에 집중됐고, 이후 7만 달러 위에서의 새로운 기반 확보에 계속 실패했다. 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 마운트 곡스의 고객 자산 상환 등 공급 과잉 우려가 비트코인의 상승을 저지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구리-금 비율의 하락은 5월에 시작됐고, 7월에는 하락세가 가속화됐다. 그리고 8월 초 금융시장에서는 일시적 위험 회피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6만5000 달러에서 5만 달러로 하락을 경험했다. 우연히도 구리-금 비율 하락이 위험자산 하락의 전조 역할을 한 셈이다.
트레이딩뷰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둔 2013년, 2016 ~ 17년, 2020 ~ 21년은 모두 구리-금 비율 상승 시기와 일치한다.
과거의 사례를 감안할 때 구리 – 금 비율의 하락 추세는 올해 연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강세 전망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코인데스크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