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추적이 어려운 국경 간 거래가 증가하면서,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을 통해 국경 간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를 당국이 확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가상자산 생태계에는 중앙화 거래소뿐만 아니라 개인 간 금융(P2P), 탈중앙화 거래소(DEX)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해 규제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어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9일 오후 2시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에서 테더(USDT)의 지난 24시간 거래 대금은 약 4300억원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무역거래액은 9807억달러로 하루 평균 35억달러(4조8500억원)로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전부 무역 거래에 사용됐다고 하더라도 아직 1%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아직 전체 무역 거래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스테이블코인 거래액이 점차 증가하면서 파악되지 않는 거래 금액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지난 8일 스테이블코인이 국경 간 거래 등 실물 경제에서 결제와 거래에 사용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가상자산의 건전성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 “트래블룰로는 한계”
지난 2022년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에 따라서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가상자산 전송 시 송·수신자의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는 트래블룰을 도입했다. 그러나 가상자산 결제 시장이 확대되면서 트래블룰만으로는 전체 거래를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조윤성 타이거리서치 선임 연구원은 “트래불룰 만으로는 전체 거래를 탐지하는 데 무리가 있다”며 “특히 타 거래소의 지갑이 본인 소유인지 증명하는 과정도 100%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재우 한성대 교수도 “트래블룰은 사업자 간 보고 의무에 한정돼 한계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온체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탈세와 테러 자금 방지 등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 가상자산 사업자, 사전등록 의무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경 간 거래가 증가하면서 법인세 탈루 등 불법 외환 거래의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며 “거래 건전성 확보를 위해 가상자산 거래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시행 시기에 대해 최 부총리는 ”관계 부처 협의와 입법을 거쳐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일정을 언급했다.
외환법 개정이 예정대로 이뤄진다면 가상자산 거래소 등 관련 사업자들은 국경 간 거래 모니터링을 위해 사전 등록이 의무화되며 매달 한국은행에 해당 거래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는 기존 외환 거래와 달리 거래 정보 보고 의무가 없는 만큼 법 시행으로 감시와 투명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거래 확인 힘든 가상자산, 그 실효성은?
하지만 외환법이 개정되더라도 실제로 유의미한 효과가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블록체인의 특성상 가상자산 거래는 업비트 같은 중앙화 거래소뿐 아니라 탈중앙화 거래소, P2P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재우 교수는 “중앙화 거래소를 통한 출금은 사업자의 사전 등록을 통해 일정 부분 모니터링이 가능하지만, 개인 지갑을 통해 해외로 자산이 이동하는 것은 추적이 어렵다”며 “시스템이 어떤 형식으로 구축될지는 알 수 없으나, 구축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윤성 연구원도 블록체인은 그 자체로 탈중앙화돼 있고 트랜잭션 내에 신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메타데이터가 없어 정보 파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데이터는 데이터 안에 특정 정보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진의 경우 촬영 시간, 위치, 해상도 등이 메타데이터에 해당한다.
다만, 조 연구원은 “현재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소 내 이상 징후 탐지나 기타 위반 사항을 경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지시했다”며 “해당 시스템을 통해 IP 주소, 여권, 집 주소 등 신원 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 충분히 탐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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