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미국 대선을 일주일 앞둔 29일(현지시각)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최종 호소 연설(closing argument)’을 진행하며 막바지 표심몰이에 나섰다.
약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의회폭동 사건을 선동한 자리에 똑같이 올라섰는데, 경쟁자의 위험성을 집중 조명하며 중도층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애썼다.
해리스 후보는 이날 오후 미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엘립스 공원에서 최종 호소 연설을 진행했다.
최종연설은 재판 최후변론에서 유래한 것으로, 통상 대선 후보자의 최종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유세가 열린 워싱턴DC나 인접한 메릴랜드, 버지니아 등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그럼에도 이곳을 선택한 것은 트럼프 후보와의 차별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설 장소에도 이러한 메시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백악관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엘립스 공원은 트럼프 후보가 지난 대선 패배를 불복하며,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를 선동한 장소다.
트럼프 후보는 당시 강성 지지자들이 이곳에서 불복 시위를 열자 연설에 나서 끝까지 싸우라고 독려했다. 이후 시위대는 조 바이든 대통령 인준을 막기 위해 국회의사당으로 난입했다.
이에 현장에서 현장에서 경찰관 2명을 포함해 5명이 사망했고, 100명이 넘는 경찰관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이후에도 경찰 등 4명의 공직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후보는 연설에서도 트럼프 후보의 위험성을 부각하는데 주력했다.
연설 서두에 “트럼프는 약 4년 전 이 자리에서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진 선거, 자신이 패배한 선거를 뒤집기 위해 무장한 폭도들을 국회의사당으로 보낸 장본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트럼프는 2기 행정부의 우선순위를 밝혔는데, 그는 처단해야할 사람들을 모은 ‘에너미 리스트’를 갖고 있다”며 “1월6일 공권력을 모욕한 극단적 폭력주의자들을 풀어주는 것이 높은 우선순위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것은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들 생각을 하는 대선 후보가 아니라, 불안정하고 복수에 집착하며 불만에 차있고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탐하는 사람”이라며 “트럼프는 지난 10년간 미국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서로를 두려워하도록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또한 연설 말미에는 “미국은 여러 세대에 걸쳐 자유를 지키고 확장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정부가 강력하고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세계에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대 애국자들은 “우리가 기본적인 자유를 포기하는 것을 보기 위해 그들의 삶을 희생하고 투쟁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또 다른 옹졸한 독재자의 뜻에 복종하는 것을 보기 위해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미국은, 독재자 지망생들의 계략을 담기 위한 그릇이 아니다”고 열변을 토했다. 트럼프 후보를 옹졸한 독재자, 독재자 지망생으로 규정한 셈이다.
반대로 자신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통합을 지향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후보는 “솔직히 말해 나는 완벽하지 않다. 실수도 한다. 그러나 내가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여러분들의 말을 듣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내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듣기 어려운 것이라해도 언제나 진실을 말할 것이다. 공감대를 구축하고 합의에 이르러 일을 마치도록 매일매일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해리스 후보의 이날 유세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유권자, 특히 경합주 유권자들의 최종선택을 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전국적으로 중계된 연설이 주요 경합주 한 곳에서 저녁 유세를 하는 것보다 더 이득이라는 것이 해리스의 계산”이라고 전했다.
다만 워싱턴DC 뿐만 아니라 인근의 메릴랜드, 버지니아도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하다보니 이날 현장에도 해리스 후보를 직접 보기 위해 상당한 인파가 몰려들었다.
주최측 추산에 따르면 약 7만5000명의 시민들이 유세에 참석했다. 워싱턴DC 한복판에서 열린 행사지만 평일 오후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않은 숫자다.
실제 유세 현장은 일찌감치 몰려든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해리스 후보는 이날 오후 7시가 넘어 연설할 예정이었는데, 오후 3시께 이미 0.7마일(약 1㎞) 가량 긴 줄이 늘어섰을 정도다.
현장에서 만난 지지자들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후보를 히틀러로 묘사하거나, 나치 장군 또는 마피아 두목으로 표현한 팻말도 눈에 띄었다.
퇴역군인인 카이한(70)씨는 “트럼프는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인물이다. 해리스가 그를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이 첫 두표라는 루시(21)씨도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하고 그게 해리스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는 대통령에 걸맞지 않은 사람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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