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쓰레기’ 실언을 맹비난했다. 자신 유세장에서 나온 ‘푸에르토리코 비하’ 파장을 역이용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후보는 30일(현지시각) 위스콘신 그린베이 위세에 환경미화원 조끼를 입고 등장, “2억5000만 명의 국민은 쓰레기가 아니다”라는 말로 유세를 시작했다. 2억5000만 명은 미국 인구 중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후보를 찍지 않은 사람을 합한 수치로 보인다.
앞서 지난 27일 트럼프 후보 유세장에서는 찬조연설자로 나선 한 코미디언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이라고 불러 논란이 됐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비판하며 “내게 보이는 유일한 쓰레기는 그(트럼프)의 지지자들”이라고 실언해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이날 트럼프 후보의 유세는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을 비판하는 데 집중됐다.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과 그 후계자로 지목된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향해 “미국인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미국을 이끌 수 없다”라고 일침했다.
이는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미국 국민 절반을 쓰레기 취급했다는 논리다. 그는 이어 “미국 국민을 싫어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라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후보가 그들 지지자가 아닌 이들을 악마, 인간 이하로 취급한다고 했다.
그는 “이게 실제 그들(바이든·해리스)의 생각”이라며 “그들이 당신을 어떻게 취급했는지 보라. 그들은 당신을 쓰레기 취급했고, 우리 국가를 쓰레기 취급했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등을 거론했다.
그는 “다른 대통령이었다면 이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지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아울러 “카멀라(해리스)와 그의 당은 우리를 인종차별주의자, 편견에 가득한 자, 파시스트 등으로 칭했다”라고 해리스 후보 진영의 최근 공세를 받아쳤다.
트럼프 후보는 “그들은 나를 히틀러라고 불렀다”라며 “당신을 괴롭히고, 우리를 악마화하고, 검열하고, 발언하지 못하게 했다”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또 “당신들 돈을 가져가고 테러리스트와 범죄자에게 국경을 열었다”라며 ‘이민 공세’도 이어갔다.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에서 불법 이민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미국 국민이 불필요한 외국 전쟁에 희생됐다는 게 트럼프 후보의 주장이다. 트럼프 후보는 특히 “(우리가 희생한 곳은) 우리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전에 들어본 적도 없는 나라”라고 말했다.
일련의 공세 끝에 그는 “6일 뒤(11월5일 대선 당일) 우리는 이 실패하고 부패한 행정부로부터 페이지를 넘길 것”이라며 “이제는 그들의 증오에 지쳤고, 그들의 히스테리에 신물이 나며, 그 거짓말과 사기에 질렸다고 선언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들이 더는 미국을 파괴하거나 분열시키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발언한 뒤 자신의 대표적인 정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후보의 공세는 이날 발언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유세장에 아예 환경미화원 조끼를 입고 등장했으며, 연설 중 “미국 전역에서 일하는 놀라운 우리 환경미화원들에게 감사한다”라며 “그들은 마땅히 누려야 할 공로를 누리지 못한다”라고 했다.
아울러 이날 유세에 앞서서는 아예 자신 선거 로고를 부착한 쓰레기 수거 트럭에 탑승,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내 쓰레기차가 마음에 드는가”라고 묻고 “나는 푸에르토리코를 사랑한다”라고 발언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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