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핵심 지표가 둔화세를 멈추고 지난 5월 이후 정체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소비지출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는 9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6%)를 웃돈 수치다.
근원물가의 최근 변화 흐름을 반영하는 전월 대비 상승률은 0.3%로 시장 전망에는 부합했지만 8월(0.2%)과 비교해 상승했다.
PCE 가격지수는 미국 거주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지불하는 가격을 측정하는 물가 지표다.
연준은 통화정책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할 때 상대적으로 더 널리 알려진 소비자물가지수(CPI) 대신 PCE 가격지수를 준거로 삼는다.
근원지수는 대표지수에서 단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지표로,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상대적으로 더 잘 반영한다고 여겨진다.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지난 5월 2.7%로 둔화한 이후 6월 2.6%로까지 잠시 낮아졌다가 7월 들어 3개월 연속 2.7%에 머무르고 있다.
연준이 중시하는 근원 PCE 가격지수 잣대로는 최근 몇 달 새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지속해서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포함한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9월 2.1%로, 2021년 2월(1.8%)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2%였다.
에너지 상품 및 서비스 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2.0% 하락한 게 9월 대표지수 상승률 둔화에 크게 기여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소비지출 증가율은 전문가 전망을 웃돌며 미국 경제의 견조한 소비 지속 가능성을 시사했다.
9월 명목 개인소비지출 증가율은 전월 대비 0.5%로 8월(0.3%) 대비 증가율이 상승했다. 전문가 예상치는 0.4%였다.
실질 개인소비지출도 전월 대비 0.4% 증가해 8월(0.2%) 대비 증가율이 크게 올랐다.
연준이 이미 지난달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 단행과 함께 금리 인하 사이클을 개시한 가운데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 지표가 정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소비도 탄탄한 흐름을 보이면서 연준이 향후 금리 인하 속도를 당초 예상보다 늦출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월가의 거물급 인사들도 과거와 같은 저 인플레이션 시대는 끝났다는 경고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9일 “우리는 그동안 봐왔던 것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크게 내재된 세상에 살고 있다”라고 말했고, 모건스탠리의 테드 픽 CEO 역시 같은 날 “금융 억제, 제로금리, 제로 인플레이션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도 지난 28일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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