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5일(현지시각) 60회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며, 다시 한번 백악관에 입성하게 됐다. 지난 집권 1기 당시 트럼프는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해 규제 중심의 입장을 취했으나,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는 친가상자산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며 입장을 크게 바꿨다. 이에 시장은 환호하며 ‘트럼프빔’ 효과로 상승세를 띠었다. 비트코인 역시 사상최고가를 기록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시 △국가 단위 비트코인 비축 △가상자산 자문위원회 설립 △비트코인 채굴 지원 등 가상자산 친화적 계획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시장은 그의 당선을 지지하며 지지율과 자산 가격이 연동되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 선거 기간 탈중앙 예측 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에서 트럼프 당선 확률이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를 앞서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했으나, 선거 막판에 해리스의 지지율이 반등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 비트코인, 전략 자산될까?
가상자산 시장의 기대가 실제 결과로 이어지며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가 후보 시절 공약했던 가상자산 계획들을 실제로 얼마나 이행할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특히 트럼프는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보유 의지와 SEC 위원장 게리 겐슬러의 해임을 약속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비트코인 컨퍼런스 2024’에 참석해 미국 정부가 보유 중이거나 앞으로 취득할 비트코인에 대해 매도하지 않고 전량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비트코인의 자산 성격을 전략적 비축 자산과 준비 자산으로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으나, 비트코인을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준비자산은 환율 안정, 국제 무역 등 시장 안정을 위해 비축하는 자산으로 전략적 비축 자산과 성격은 다소 다르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금, 원유, IMF 특별인출권(SDR) 등을 포함해 약 2400억달러 상당의 준비자산을 비축하고 있다.
반면, 전략적 비축 자산은 경제를 안정시키고 다른 국가들에 대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축적하는 자원으로, 대표적으로 원유가 있다. 금본위제가 무너진 이후 미국은 석유를 통해 달러의 지배력을 강화해 나갔다. 1974년 미국은 최대 산유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러로만 결제 대금을 받는 밀약을 맺었다. 미국은 이에 대한 대가로 사우디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했다. 그 결과 달러는 다시 기축통화의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트럼프의 선언처럼 비트코인이 미국의 전략 자산이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소속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이 지난 7월 ‘비트코인 비축 법안’의 세부 사항을 공개했지만 아직 정식 발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에는 비트코인의 구체적인 매입 계획과 매도 조건 등 조달 방안이 상세히 포함돼 있지만, 아직 발의 전이라 실효 시기를 단정할 수 없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새로운 법안에 대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 명령만으로는 비트코인 보유 정책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겐슬러 해임…이뤄질까?
비트코인의 전략적 자산 공약과 함께 트럼프는 대선 유세 당시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 즉시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겐슬러의 SEC 지도부가 혁신을 억압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가상자산 산업에 비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했다”며, “SEC의 과도한 규제가 디지털 금융 혁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이러한 압박에도 겐슬러 위원장은 가상자산에 대한 집행 기반의 규제 접근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90년 동안 SEC는 강력한 의회 입법과 다양한 기관 규제로 투자자를 보호하고 자본을 형성해왔다”며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트럼프와 SEC 간의 갈등이 예상되지만, 겐슬러 위원장을 쉽게 해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의 임기는 2026년 1월5일까지로 아직 1년 이상 남아 있다.
김동혁 리서처는 “토냐 에반스(Tonya Evans)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디킨슨법대 교수에 따르면 겐슬러의 해임을 위해서는 그가 저지른 불법행위 혹은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실적으로 취임 즉시 현 SEC 의장을 해임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가 친가상자산 입장을 고수한다면 비트코인 분야의 발전이 가속화될 것”이라면서도 “SEC 관련 규제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으면 산업 전반의 안정화와 성장은 확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후 3시25분(국내시각) 기준 코인마켓에서 비트코인은 7만5317달러를 기록해 사상최고가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3월 미국 ETF에 자금이 유입돼 7만3500달러선에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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