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재형 특파원] 미국 암호화폐 업계가 2024년 선거에서 총 2억 3800만 달러를 정치 자금으로 제공하며 석유, 제약, 월가 등 전통 산업 부문을 앞질렀다.
5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이는 디지털 자산 부문이 처음으로 기존 산업을 제치고 정치 기부에서 최상위에 오른 기록이다.
블록체인 분석 회사 브레드크럼즈(Breadcrumbs)에 따르면 전체 금액 중 1억 8100만 달러는 친암호화폐 슈퍼 PAC에, 나머지 5700만 달러는 개별 후보와 그들의 지원 위원회에 기부됐다. 코인베이스(Coinbase), 리플(Ripple),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같은 주요 기업들은 산업을 지지하는 PAC에 총 1억 6000만 달러를 기부하며, 암호화폐 친화적인 후보들을 지원했다.
이번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는 암호화폐 업계로부터 상당한 기부금을 받았다. 트럼프 캠페인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리플(XRP) 등으로 8백만 달러 이상의 기부를 포함해 총 2200만 달러를 암호화폐 업계에서 모금했다.
트럼프는 당선 시 암호화폐 규제의 ‘집행을 통한 규제’ 방식을 고수해온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을 해임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해리스는 리플 공동 창립자 크리스 라슨이 대부분을 기부하며 총 1200만 달러를 받았다. 라슨의 기부금은 대부분 XRP로 이루어졌다.
실리콘밸리 인사들도 해리스를 지지하는 PAC에 기부했다. 링크드인 공동 창립자 리드 호프만은 해리스를 지지하는 슈퍼 PAC인 ‘퓨처 포워드(Future Forward)’에 25만 달러를 기부했다.
한편, 암호화폐 업계의 정치적 개입에 대해 일부 공익 단체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의 리크 클레이풀 연구 책임자는 이번 기부가 “미국 민주주의를 암호화폐 업계의 이익에 유리하게 조종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