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비트코인이 과거 기대를 모았던 대형 호재가 현실화된 뒤 자주 경험했던 ‘사실에 판다(sell the fact)’ 급락 현상이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후에는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트코인은 지난 1월 11일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처음 출시된 후 2주 동안 22% 급락한 사례가 있다. 일부에선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인한 암호화폐 업계의 현재 랠리가 조만간 강력한 매도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코인데스크 에디터 옴카르 고드볼레는 이번에는 비트코인이 과거와 같은 급락을 경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대선 직전 위험 회피와 가격 조정
대선 막바지 상황은 펜실베이니아와 같은 경합주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특징지어진다고 고드볼레는 설명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은 지난 화요일 7만3400 달러에서 고점을 찍고 이번 주 초에는 6만6000 달러 아래까지 내려갔다. 시장 분석업체 블록숄스는 이 과정에서 과도한 레버리지가 제거됐다고 전했다.
10월에는 트럼프의 승리 예상이 강화되면서 비트코인 단기 선물 수익률과 펀딩 비율이 크게 상승, 강세 레버리지 구축이 이뤄졌지만, 지난 주말에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불확실해지면서 파생상품 시장의 열기도 누그러졌다. 이로 인해 트럼프 당선 이후 장기적 상승세가 지속될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고드볼레는 분석했다. 특히 지난 주말 동안 해리스와 트럼프가 접전을 벌임에 따라 조심스러운 투자 전략을 취했던 트레이더들이 이제 보다 자신감을 갖고 강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소문에 산다’ 랠리가 없었다
비트코인이 급락하지 않을 또 다른 이유는, ‘사실에 판다’는 급락의 전제 조건인 ‘소문에 산다(buy the rumor)’ 랠리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고드볼레는 밝혔다. 트럼프는 6월부터 암호화폐 커뮤니티에 호의적인 행보를 보이며 집권할 경우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을 약속했다. 또 새로운 암호화폐 사업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을 출범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가격은 7만 달러 부근에서 공급 과잉과 거시적 요인으로 인해 오랜 기간 횡보를 지속했다. 비트코인은 이날 비로서 7개월간의 박스권을 돌파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큰 조정 없이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를 낳는다. 또한, 구글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트럼프’와 비교해 ‘비트코인’에 대한 검색 수요가 낮다는 것이 보여주듯 시장 고점에서 나타나는 개인 투자자들의 광적 열기 신호는 거의 관찰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의 당선에 따른 비트코인의 현재 랠리가 ‘사실에 판다’는 급락을 겪을 가능성은 낮고 향후 장기적인 강세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 분석가의 견해다.
뉴욕 시간 6일 오전 10시 25분 비트코인은 코인마켓캡에서 7만4375 달러로 24시간 전 대비 6.93% 올랐다. 비트코인은 이날 아시아 시간대 7만5361.09 달러까지 전진,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뒤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