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토크노믹스(Toknomics)는 가상자산(암호화폐)과 블록체인 생태계의 성장과 유동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지만,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토크노믹스 설계에서 ‘수요’보다 ‘공급’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공급량 조절, 락업 설정, 스테이킹 보상 등 공급 중심의 운영은 단기적으로 가격 안정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결국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수요 창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토크노미스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약 8조원(57억 8675만달러) 상당의 토큰이 언락(Unlock)되며 시장에 풀렸다. 수많은 토큰들이 매달 끊임없이 시장에 풀리고 있는 것이다. 수량은 가격에 매우 민감한 요소이기에 투자자들은 이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 “공급 중심 운영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실제 레이어2 프로젝트 아비트럼(ARB)은 지난 3월 약 11억개의 토큰이 언락되며 당시 시가총액의 약 90%에 가까운 수량이 시장에 풀렸다. 그 당시 2달러 선이던 아비트럼의 가격은 현재 약 4배 하락한 0.5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막심 크라스노프 코인스트럭트 최고경영자(CEO)는 블로그를 통해 “초기 총 공급량의 5% 미만을 유통시키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며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며 단순히 공급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처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프로젝트들은 언락 일정, 스테이킹 보상 등 물량 관리에 대단히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다. 수량 설계는 물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부분이다. 지난해 수이(SUI)와 같이 프로젝트가 공개한 일정과 맞지 않는 수량이 시장에 유입될 경우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조윤성 타이거리서치 선임 연구원은 “프로젝트들이 공급 측면에 집중하는 것은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이라며 “수요도 적절한 설계와 전략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프로젝트들이 단기적으로 더 쉬운 공급 관리에 치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가상자산 시장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된 테라·루나 사태는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수요와 지속 가능한 공급 모델의 부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테라는 당시 앵커(ANKR)와 같은 프로토콜의 매력적인 수익률로 인해 상당한 인기를 끌었지만 적절한 준비금 없이 과도한 토큰 발행으로 인한 불균형이 발생하며 추락했다. 수요를 인위적으로 부풀리고, 지속 가능한 공급 모델이 결여된 토크노믹스 설계의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 “토큰의 실질적인 소비처 확대해야”
그러나 장기적인 프로젝트 성장을 위해서는 서비스 중심의 수요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 설계가 완벽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수요가 없다면, 결국 가격은 0에 수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토크노믹스 설계는 단순히 공급을 조절하는 ‘에서 벗어나 수요를 창출하고 유지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프로젝트는 보상이나 이자 혜택을 통해 사용자 유입을 유도하고, 게임파이(GameFi)는 사용자들이 게임 내 자산을 활용하게 하여 수요를 만드는 것이다. 대체불가능토큰(NFT) 프로젝트도 단순 소유를 넘어 실제 활용성과 가치를 제공하여 지속적인 수요를 유도할 수 있다.
조윤성 연구원은 “현재 대다수의 토큰이 실질적인 내재 가치보다 유동성을 위한 단순 교환 수단 역할에 머물러 있다”며 “지속 가능한 토큰 생태계와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 공급 관리를 넘어 토큰의 실질적인 소비처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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