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분열이 대선에 영향 미쳐…TV 방송 시청률도 하락”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지난 5일(현지시간) 치러진 제47대 미국 대선에서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기성 언론 영향력의 축소와 틱톡과 팟캐스트로 대표되는 ‘뉴미디어’의 폭발적 성장을 극명히 드러낸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인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과거보다 더 많은 매체에 의지하면서 정치 담론의 전통적 게이트키퍼였던 TV 방송과 신문의 영향력이 줄어들었고, 이번 대선이 이 현상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8일(현지시간) 짚었다.
미국인들이 매우 다양한 곳에서 현안에 대한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접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미디어 환경이라는 것이다.
WSJ은 이번 선거 결과에 여러 가지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 미디어의 분열은 무시하기 힘든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코미디언이나 유튜버, 유명인들이 진행하는 온라인 방송은 정보 제공뿐 아니라 재미를 위해 기획됐고, 재미보다는 편집 기준에 얽매인 주류 미디어와 경쟁하고 있다.
전 타임지 편집장인 낸시 깁스는 “우리의 정보 환경은 점점 더 쪼개지고 있다”라며 “대규모 제도권 뉴스 조직은 더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SJ은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엑스(X·옛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이 플랫폼에서 정치 콘텐츠, 그중에서도 우파 성향의 게시물이 다수 보이게 됐고 이것이 미디어 환경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미디어 환경 변화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여론조사기관 에디슨 리서치에 따르면 12세 이상 미국인 중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팟캐스트를 들은 사람의 비율’은 2009년 9%에서 올해 47%로 크게 늘었다.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서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틱톡을 통해 정기적으로 뉴스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TV 뉴스는 여전히 중요한 순간에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고는 있지만, 젊은 시청자들이 떠났고 대선일에도 전반적으로 시청률 하락 흐름을 보였다.
주요 케이블 채널(NBC, CBS, ABC) 3곳의 이번 대선 전체 시청자 수는 지난 2020년 대선 때보다 32% 감소한 2천100만명으로 나타났다. CNN 시청자 수는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WSJ 분석에 따르면 틱톡에서는 CNN과 CBS, NBC와 같은 주류 언론 매체보다는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일반인 ‘뉴스 인플루언서’의 콘텐츠가 더 조회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번 선거 운동 과정에서 미디어 지형의 변화를 십분 활용했다. 그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 지난달 말 출연해 세 시간 동안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는 유튜브에서 조회수 4천500만회 이상을 기록했고 스포티파이나 다른 플랫폼에서도 2천500만회 이상 재생됐다.
뉴미디어의 부상과 전통 언론매체의 영향력 하락은 과거 미국 대선 때와도 비교되는 현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당선됐을 때 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워싱턴포스트(WP)나 뉴욕타임스(NYT), WSJ 등과 같은 기성 언론사의 독자 수 증가로 이어졌다.
그러나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알고리즘 방식을 바꿔 전과 같은 방식으로 사용자를 뉴스 기사로 유도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는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WSJ은 전망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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