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은 지난 1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며 전통 금융 자산에 비트코인이 편입되는 길을 열었다. 이후 현물 ETF를 통해 많은 자금이 유입되며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고 미국 대선에서 친가상자산 대통령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며 다시 한번 시장에 훈풍이 불었다.
이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가상자산이 점차 전통 자산과 접점을 넓히며 활용성을 실험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가상자산이 투자 대상으로만 인식되고 활용이 제한돼 있다. 지난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됐지만, 시장 성장을 위한 업권법 제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결국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일반 대중들은 여전히 그 효용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서비스 분야의 확대와 이에 부합하는 규제 환경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전통 기업, 가상자산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
임병화 성균관대 핀테크융합 전공 교수는 13일 오후 2시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컨퍼런스(D-CON·디콘) 2024에서 ‘가상자산 활용 사례와 경제적 효과’라는 주제로 가상자산 시장이 웹3, 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 RWA 등 다양한 분야와 함께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병화 교수는 “가상자산 시장은 지급결제와 송금 분야 등에서 토큰을 활용한 직접 결제, 스테이블코인 이용, 크립토 카드 등 다양한 방식의 서비스가 현재 출시되고 있다”며 “비자(Visa)와 같은 글로벌 전통 결제 기업들이 적극적인 참여로 인해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 쇼피파이는 솔라나 페이를 정식 결제 수단으로 허용했다. 미국 전자 결제 기업 스트라이프는 지난 10월 스테이블코인인 USDC의 결제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날 세션 토론자로 참석한 이종섭 서울대 교수도 디파이를 중심으로 디지털 기반의 달러가 파급력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미국을 보면 가상자산과 전통자산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기관 투자자가 있다”며 “특히 이들 기관은 프라이빗 체인 뿐만 아니라 이더리움과 같이 퍼블릭 체인을 어떻게 제도화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노력으로 디파이를 통한 디지털 달러의 파급력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지적 논의가 아닌 큰 청사진 그려야”
이처럼 세계적으로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실험과 제도권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토론 세션에서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커지고 있는 데도 국내에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은 것 같다”며 “한국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갈라파고스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시장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정부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 세션에 참여한 정석문 프레스토랩스 리서치 센터장은 국내 규제 당국이 가격 중심으로만 가상자산을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가상자산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오로지 코인 발행으로 한정해서 본다면 전체를 볼 수 없다”며 “미국 대선에서 쟁점이 된 폴리마켓 같은 경우에도 코인 발행 없이 성공을 거둔 것과 같이 시장을 넓게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도 ‘가상자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는 주제를 통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리테일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으로서 기관 투자는 사실상 금지돼 있다”며 “국내에서도 균형 잡히고 유연한 규제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종섭 교수도 “현재 법인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리테일 시장을 열어버리면 한국이 글로벌 ATM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본 시장을 구성하는 큰 청사진 없이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이 개별 자산에 대한 국지적인 논의만 이뤄진다면 혼란을 야기해 개인 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막기 위해 해외 사례를 잘 참고하고 좋은 인프라 구조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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