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7일(현지시간) 하락 마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비둘기파적 스탠스로 돌아섰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자산시장은 세계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0.23포인트(0.78%) 내린 2만5473.23에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84.46포인트(1.13%) 하락한 7421.46을 기록했다.
이날 시장은 ECB의 통화정책 회의에 주목했다. ECB는 기준금리와 예금금리, 한계 대출금리를 각각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올여름 이후 기준금리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는 가이던스를 최소 연말까지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고 변경했다.
특히 ECB는 제3차 목표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을 오는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시행한다고 밝혀 값싼 유동성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같은 ECB의 결정은 어두워진 경제 전망에 근거했다. 이날 ECB는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와 인플레이션 예상치를 대체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7%에서 1.1%로 크게 낮아졌고 2020년 예상치도 1.7%에서 1.6%로 하향 조정됐다. 2021년 전망치는 1.5%로 유지됐다.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올해 1.6%에서 1.2%, 2020년 1.7%에서 1.5%로 내려갔다. 2021년 물가 전망치 역시 1.8%에서 1.6%로 낮아졌다.
투자자들은 완화한 ECB의 통화정책 스탠스와 부양책 그 자체보다 배경에 주목했다. 엑센셜 웰스 어드바이저의 팀 코트니 수석 투자 책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ECB는 더딘 성장에 대한 우리의 공포가 확인되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를 보여줬다”면서 “미국 증시에 이것은 세계 다른 지역이 매우 매우 느린 성장을 보이거나 침체 모드로 들어가면 기업들이 목표치를 맞추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앤드루 시먼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ECB의 발표는 유럽 경제가 계속해서 어려움을 확인했다”며 “미국 증시는 세계 성장 둔화에 대한 초조함에 반응하고 있으며 이것은 올해 주식이 강한 상승세를 보여 단기적으로 악재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매도의 구실이 된다”고 지적했다.
스파르탄 캐피털 증권의 피터 카딜리오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ECB는 값싼 대출을 제공함으로써 경제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것은 경제가 문제가 있고 둔화할 때 발생하는 일”이라면서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데 이것은 연방준비제도(Fed)가 기대보다 더 오래 동결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ECB의 완화적인 스탠스와 연준의 금리 동결 장기화 전망은 은행주를 눌렀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JP모건앤체이스, 모건스탠리의 주가는 이날 1.01%, 0.71%, 1.08% 씩 하락했다.
제록스의 주가는 기업 구조 변경 계획을 발표하면서 1.98% 하락했다. 식품 유통업체 크로거의 주가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월가의 기대에 못 미쳐 9.95% 급락했다. 벌링턴 스토어의 주가 역시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소식으로 11.90% 내렸다.
경제 지표는 양호했다. 지난주 미국에서 새로 실업수당을 청구한 사람의 수는 22만3000명으로 3000명 감소했으며 시장 기대치 22만5000명도 밑돌았다.
유가는 성장 둔화 우려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 산유국의 감산 노력에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44센트(0.8%) 상승한 56.66달러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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