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토큰 가치의 구성 요소
[포필러스 변주웅] 올해 초부터 이어진 밈 코인 수퍼사이클을 지속됨에 따라, 날이 갈 수록 밈 코인을 향한 관심과 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증가하고 있다. 밈 코인 런치패드 Pump.fun의 사용량은 꾸준히 상승해 현재 하루에만 1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2 만개에 가까운 토큰이 출시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밈 코인의 메카로 자리잡은 솔라나는 지속적으로 사용자가 증가해 DEX 볼륨은 이더리움을 비롯한 모든 체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으며, 대표적인 지갑 어플인 팬텀은 한 때 7억 명의 월간 사용자 수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밈 코인은 비단 크립토 디젠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규 유저를 크립토로 온보딩 시키는 데에도 가장 큰 견인책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밈 코인이 가지는 필연적으로 높은 변동성과 리스크로 인해 내재 가치가 없고 투기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지금까지 그 효용성과 의미에 대한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켜 왔다. 과연 우리는 밈 코인과 이들의 가치를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해야 할까?
크립토에서 토큰의 가치는 아래 3가지 구성 요소로 나타내어 질 수 있다:
- 가치 저장 수단: 금이나 비트코인처럼 인플레이션에 따른 현금 가치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 구매력을 보존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 이는 토큰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가치 형태로, 사람들이 해당 토큰에 대한 강력한 신뢰와 합의가 바탕이 될 때만 형성될 수 있다.
- 현금 흐름 및 트랜잭션 수요: ETH나 SOL과 같이 트랜잭션 수수료로 활발하게 사용되거나, DeFi 토큰들처럼 수수료 수취가 가능한 경우, 또는 토큰 번과 같은 수익 창출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경우가 수요에 의한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기존 주식 시장에서처럼 비즈니스 모델과 현금 흐름 창출 능력에 따라 평가받을 수 있으며, 실질적인 유틸리티와 수익 모델을 기반으로 토큰 가치가 추산된다
- 밈, 네러티브와 관심 가치: 사람들의 관심도와 참여도에 따라 형성되는 가치로, 더 많은 관심을 받을수록, 그리고 미래에 더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될수록 더 높은 수요를 창출한다. 이는 크립토 시장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특성으로, 특정 프로젝트나 토큰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지가 핵심 가치 동인이 된다. 기술이나 금융 혁신과 같은 전통적인 네러티브부터 최근의 밈 코인처럼 재미와 문화적 요소를 강조하는 접근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또한 각 요소들은 반드시 배타적인 요소가 아니다. 하나의 토큰 내에 3 가지 가치가 다른 비중을 가질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고 프로젝트의 성격이 변화함에 따라 각 가치가 가지는 비중이 변화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시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다:
- 비트코인: 가치 저장, 수요와 밈적인 요소 세 가지 가치 요소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가장 강조되고 있으나, 이외에도 결제 및 국가 간 송금 수단으로도 활발하게 활용되며, 비트코인 맥시라 불리는 강력한 커뮤니티와 컬트적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 이더리움/솔라나: 네트워크에서 활동하기 위한 기본 통화로 사용되며, 트랜젝션 수요가 높아질 수록 자산에 대한 수요도 높아진다. 이에 더해 블록체인이 보유한 경제적 가치와 소셜 네트워크의 해자가 충분히 크기 때문에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도 기능한다.
- 도지코인: 초기에는 밈과 관심 가치에 기반해 성장했으나, 현재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충성도 높은 홀더들을 양성하며 가치 저장 수단의 범주로도 기능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 봉크: 처음에는 솔라나 생태계의 흥미로운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 밈적인 가치만을 보유했으나, 이후 BonkBot, Moonwalk 등 어플리케이션 생태계를 확장하며 현금 흐름과 트랜잭션 수요에 따른 가치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각 토큰과 프로젝트의 테마 별로 세 가지 가치의 조합이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크립토 시장의 토큰 중에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가치 수준에 도달한 토큰은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유의미한 가치 보전 수단으로 인정 받거나,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만큼의 시장 적합성을 달성한 프로토콜은 크립토 시장 전체를 통틀어도 20개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의 토큰의 시장 가치는 밈적인 요소, 네러티브와 관심에 기반한 가치에서 비롯된다.
2. 무엇이 밈 코인의 가치를 결정하나
배경에서 토큰의 가치 구성 요소를 언급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밈 코인의 가치를 구성하는 요소가 크립토의 다른 모든 종류의 토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스테이블코인 등 결제 및 송금 등의 실용적인 활용 사례와 더불어, 크립토의 가장 큰 잠재력은 토큰 그 자체에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크립토의 가장 큰 가치는 사람들의 관심을 경제적 가치로 변환하고 시장을 형성하는 능력과 인센티브를 통해 네트워크 또는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데에 있다. Uniswap이나 Jupiter와 같은 DeFi 프로토콜, 오라클이나 리스테이킹과 같은 미들웨어나 롤업이나 DA 레이어와 같은 인프라가 존재하는 이유는 토큰에 기반한 경제적 가치, 그리고 그것을 활용한 사람들 간의 교류를 활성화 시키기 위함이다.
기존에 기술과 금융 혁신의 이념을 강조하는 인프라나 DeFi 프로젝트들 대부분이 자체 토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가치 또한 대부분이 가치 저장의 수단이나 현금 흐름 창출이 아닌 네러티브의 가치와 관심 경제 모델에서 비롯된다. 밈 코인이 이들과 비교해 가지는 차이점은 기존 프로젝트들이 그들의 관심의 주된 동인으로 삼았던 기술과 금융 혁신에 기반한 네러티브를 커뮤니티와 재미라는 원초적인 가치로 치환한 데에 있으며, VC와 내부자들에 의해 주도되던 시장의 폐해에 대한 반발과 허울뿐인 유틸리티에 대한 풍자적 시선을 담고 있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보면 인기 투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치를 측정하는 저울이다” – 벤자민 그레이엄
자산의 단기적인 변동성은 시장에서 발생하는 이벤트와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심리가 가장 큰 결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간 프레임에서 보면, 이들의 가치는 해당 자산이 가진 실질적인 가치로 수렴하게 된다. 이는 비단 주식 시장뿐 아니라 실물 자산과 크립토의 모든 토큰을 비롯해 밈 코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밈 코인이 다른 자산군에 비해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시장에서 발생하는 이벤트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단기적 변동성과 투기적 수요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면, 극명하게 갈리는 밈 코인 간의 가치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수많은 밈 코인 중 일부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반면, 대다수는 출시 직후 빠르게 가치를 잃고 사라진다. 도지코인이나 PEPE와 같이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지속적인 가치를 유지하는 토큰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의 토큰들은 단기적인 관심을 받은 후 빠르게 잊혀진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요약하자면 밈 코인은 단순한 투기 수단이 아닌, 토큰화된 커뮤니티의 상징이자 문화적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밈 코인, 혹은 더 일반적으로 모든 토큰에서 밈적인 가치를 발생시키는 데에는 아래 세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 배경 및 서사
매력적인 배경 스토리와 서사는 밈에게 있어 성장의 시발점이자 초기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 동력이다. 이는 마치 유전자와 같이 복제되고 변형되어 전파되는 밈의 본질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다만 수많은 밈들 중 실제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한데, 이는 결국 얼마나 강력한 서사를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성공적인 밈 코인은 대부분 시장의 특정 맥락이나 사람들의 관심의 소구점을 정확하게 포착한다. PEPE는 2023년 초 암호화폐 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을 때 등장했다. 재미와 유머를 통해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이는 전체 밈 코인 시장의 부활을 이끌었다. BONK 또한 FTX 사태 이후 무너진 솔라나 생태계에 혜성 같이 등장해 중앙화된 권력에 대한 저항과 커뮤니티의 자생적 회복을 상징했다. 가장 최근 사례에서는 GOAT가 마크 안데르센이 펀딩한 AI 봇과 그것이 지지하는 밈 코인이라는 독특한 서사로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성공적인 밈 코인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시장이 필요로 하는 서사와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스토리를 보유하고 있다.
때로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거나 서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DOGE의 일론 머스크, WIF의 Ansem, SPX의 Murad와 같은 강력한 리더들은 해당 밈을 상징하는 인물이자 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은 밈을 전파하는 가장 독실한 에반겔리스트임과 동시에, 커뮤니티의 비전과 가치를 정립하는 사상가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강력한 스토리와 영향력 있는 리더십만으로도 밈과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2024년 초부터 시작된 밈 코인 수퍼사이클에서 출시된 거의 모든 토큰들은 초기의 화제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뒤안길로 사라졌다. 초기 런칭 시점의 화제성과 FOMO가 가격 상승을 이끌 수 있지만, 한번 상승 모멘텀이 꺾이면 홀더들의 눈치 게임이 시작되고 토큰의 가치는 빠르게 0으로 수렴한다. 이는 대부분의 밈 코인이 보이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 커뮤니티와 브랜드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허구를 믿는 능력을 꼽았다. 국가와 기업, 종교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집단적인 믿음이 대규모 사회적 협력을 가능하게 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록 추상적인 개념은 곧 힘이 되고 현실이 된다. 밈과 커뮤니티가 작동하는 방식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재미와 문화라는 가장 전파성이 높은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교류하게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록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와 문화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밈 코인이 초기 단계에서 끌어모은 자본과 관심이 진정한 의미의 성공, 즉 지속가능한 가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커뮤니티와 브랜드의 구축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Pudgy Penguins, CryptoPunk, Milady와 같은 NFT나 Bonk, WIF와 같은 토큰들은 더 이상 단순한 밈이 아닌 하나의 문화적 상징이자 브랜드가 되었다. 이들은 마치 명품이나 패션 브랜드가 특정한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대변하는 것처럼, 참여자들에게 고유한 정체성과 소속감을 제공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토큰을 보유하고 커뮤니티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표현하며, 이는 투기적 목적을 넘어선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소비가 된다.
기존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거나 문화적 가치를 가진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과 비교해 크립토의 커뮤니티가 가진 특별한 점은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보상이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Degen이 초기 파캐스터 커뮤니티에서 콘텐츠 생산과 소셜 활동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을 제공한 것처럼, 참여자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가치 창출의 주체가 된다. 커뮤니티에 더 일찍,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인해, 참여자들은 초기 단계에 참여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가지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충성도를 부여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 유기성과 공정성
탈중앙화는 비단 블록체인 네트워크 뿐이 아니라 밈 코인이 유기적인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데에게 필수적인 전제 조건으로 작용한다. 이는 비탈릭 부테린이 ‘신뢰할 수 있는 중립성’이라고 표현한 개념과 상통한다. 사람들은 특정 주체나 그룹에 대해 차별적인 조건이나 혜택에 매우 큰 거부감을 느낀다. 그의 예시를 빌리자면,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가 특정 정치적 이념이나 컨텐츠에 대한 검열에는 매우 분노하면서도 음식 배달 앱이 낮은 리뷰를 받은 식당을 제외시키는 것에는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밈 코인의 진정한 가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해당 밈, 커뮤니티의 특성이나 문화에 공감하고 동참하고 싶은지에 달려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있어 유기성과 공정성은 단순히 도덕적 당위나 이상에 그치지 않는다. 토큰의 출시 및 분배에 있어서 얼마나 유기적으로, 그리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 지는 지 또한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참여 동기를 자극하는 데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특히 커뮤니티의 자발적 참여가 핵심인 밈 코인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Pump.fun과 같은 런치패드의 성공의 이면에는 토큰 발행의 진입 장벽을 낮춘 것 이외에도, 사람들이 초기 단계의 토큰에 투자하면서 느끼는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공정성과 유기성에 대한 요구는 토큰 커뮤니티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정량적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밈 코인의 커뮤니티적인 특성을 강조한 Murad는 토큰의 공정한 분배와 홀더들의 충성도를 평가하기 위해 중위 홀더 순위나 HHI 지수 (허핀달-허쉬만 지수)와 같은 지표를 강조했다. 원래 시장의 독과점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서 고안된 HHI 지수는 해당 토큰이 얼마나 소수의 홀더에게 집중되어 있는 지를 판단하는 데 쓰였으며, 수치가 낮을 수록 더 많은 홀더에게 분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3. 결론
아직 Web3와 크립토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블록체인과 토큰의 존재 이유가 단지 도박과 투기만을 위한 것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탈중앙화와 더 나은 금융, 그리고 새로운 구조의 인터넷을 구축하고자 하는 이념이 담겨있었다. 좋은 의도든 아니든 간에 투기적 수요는 이 산업이 태동하고 성장하는데 강력한 촉매제로 작용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우리는 예측 시장이 기존 미디어를 대체하고, 스테이블코인이 차세대 결제 네트워크로 주목 받으며, 누구나 블록체인을 활용한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밈 코인 또한 투기와 도박이라는 얼핏 무가치하고 불건전해 보이는 외면 이내에는 토큰과 커뮤니티, 그리고 문화의 결합이라는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밈 코인은 크립토 생태계가 지향하는 탈중앙화와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구현한 가장 순수한 형태로, 복잡한 기술이나 금융 상품 없이 오직 커뮤니티의 자발적 참여와 투명한 운영만으로도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단순한 투기적 광풍을 넘어, 블록체인이 그리는 새로운 형태의 소셜 네트워크와 서비스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앞으로도 많은 밈 코인들이 등장하고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형태의 커뮤니티와 토큰 경제의 모델을 발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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