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최근 국내 시중 유동자금이 일제히 미국 달러화와 투자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당선으로 달러와 증시, 비트코인 등이 강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리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8일 628억6700만 달러 규모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606억7800만 달러 대비 3.6%(21억8900만 달러) 증가한 규모다.
달러예금은 지난달 32억1800만 달러, 4조원 넘게 빠져나간 바 있다. 지난달 미국 대선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로 급등하면서 개인과 법인의 매도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서는 트럼프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섰다.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예금이 다시 불어나는 모습이다.
은행에서 파는 보험(방카슈랑스) 채널에서도 달러보험 판매가 급증세를 보인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달러보험은 올해 3분기까지 7617억원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실적인 5679억원을 넘어선 규모다. 달러보험은 현재 금리로 미래 수익을 확정하는데 앞으로 달러 가치 상승에 대한 환차익 기대감이 반영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14일 587조6455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597조7543억원에서 10조1088억원 빠진 규모다.
요구불예금은 저축성 예금보다 이자율이 낮고 입출금이 자유로운 대기성 자금을 말한다. 이달 들어 10조원 넘게 급감한 것은 예금주들이 돈을 빼내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5대 은행의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잔액은 39조6179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7522억원 늘었다. 적금 잔액은 38조1305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7871억원 줄었다. 금리가 내려가는 적금 상품에서 돈을 빼고 마이너스통장까지 이용하며 강세를 보이는 미국 주식과 코인 등에 투자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의 규모는 1000억 달러를 웃돌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총 1000억79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가상자산 시장도 가열되고 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의 13일 기준 24시간 총거래 대금은 34조6000억원으로 같은 날 코스피·코스닥의 거래량 합산액을 넘어섰다.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는 하루 거래액이 25조원 규모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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