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만능주의 경계해야”
“AI 시대에 맞는 가상자산 정책 필요해”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가상자산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술이지 이념이 아니다. 이념화되거나 정치적 도구로 변질될수록 중립성을 잃게 된다. AI 시대를 앞둔 지금, 우리는 ‘가상자산 정책’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마이클 케이시 분산형AI협회(DAIS) 협회장은 지난 14일 <블록미디어>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집권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시장은 긍정적인 규제 체제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러한 기대감이 가상자산 가격 급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분산화와 웹3 원칙에 부합하는 정책을 펼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전통 금융 기관 진출 확대될 것”
케이시는 “앞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규제 기관들이 바이든 정부 시절 취해온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전통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진입 장벽이 낮아져, 더 많은 자금이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19일 파사이드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출시 이후 약 275억달러(약 38조원)이 유입됐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 이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이어 리플(XRP), 솔라나(SOL) 등도 다음 ETF 출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마이클 케이시는 “올해 초 여러 글로벌 운용사에서 출시한 비트코인 ETF 사례처럼 ETF는 전통 세계와 가상자산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에 자본 유입을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케이시는 ETF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전통 금융 기관들이 실물 자산을 토큰화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에 더 큰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실물 자산 토큰화(RWA)는 부동산, 채권, 상품 같은 전통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해 거래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소유권을 보다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는 “토큰과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시장 조성 시스템을 통해 금융 시스템을 혁신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매우 매력적”이라며 “블록체인 기반 개방형 원장과 실시간 결제 시스템을 통해 거래를 더욱 투명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트럼프 만능주의’ 경계해야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가상자산 시장 내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마이클 케이시는 트럼프가 시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트럼프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인터넷 탈중앙화와 웹3 원칙에 부합하는 정책을 펼칠지, 그들의 이익이 이러한 원칙과 실제로 일치하는지는 현재 확신할 수 없다”며 “이처럼 올바른 정책 프레임워크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보는 태도는 편치 않다”고 언급했다.
이어 “특정 지도자가 가상자산이나 탈중앙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발언한다고 해서 무조건 기대하거나 지지해서는 안 된다”며 “신뢰해야 할 것은 오로지 기술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이는 가상자산이 특정 정치적 진영이나 이념에 종속되지 않고, 기술 그 자체로 독립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AI 시대에 맞는 가상자산 정책 필요해”
마이클 케이시는 단순히 시장 활성화나 규제 완화에 머물지 말고, 긍정적인 가상자산 정책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 인공지능(AI)은 단순히 기술 진화를 넘어 사회 전반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이 변화에 대비해 가상자산과 AI의 정책적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AI는 의료, 보안, 환경 등 사회 전 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하며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마이클 케이시는 “AI는 이미 우리 삶의 필수적인 부분이 됐지만,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 이를 충분히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며 “변화하는 현실에 맞는 가상자산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케이시는 AI가 앞으로 프라이버시, 인권, 거래의 자유와 같은 핵심적인 사회적 가치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AI 기술이 어떻게 설계되고 규제되느냐에 따라 개인의 권리와 사회의 신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 소유권(Collective Ownership)과 데이터 투명성(Data Transparency)을 보장하는 규제와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규제당국, 암호학자의 사고방식 필요해”
현재 AI 시장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해 뉴스 기사, 오픈 소스, 소셜 미디어 등 중앙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훈련된다. 이러한 AI 모델은 대규모 데이터 수집이 용이하지만, 플랫폼 기업에 유리하게 작동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마이클 케이시는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은 광고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이를 위해 사용자가 더 오래 머물도록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활용해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플랫폼 기업의 주주들에게는 유리하지만, 사용자 관점에서는 건강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마이클 케이시는 웹2의 독점적 데이터 소유 구조를 탈중앙화하고, 데이터와 플랫폼 소유권을 사용자와 공유하는 토큰화 모델을 제안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특정 기업이 아닌 모든 사람이 AI 모델의 소유권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는 사회주의를 뜻하지 않으며, 경쟁적 모델 안에서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기업이나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해 작동한다는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적극 활용돼야 하며, 규제 당국도 혁신적으로 변화해 암호학자의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이클 케이시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현재 분산형 AI 협회(DAIS) 협회장을 맡고 있다. 이전에는 코인데스크 컨센서스 의장으로 활동하며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생태계 발전에 기여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과 AI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 구축에 관심을 두고,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적 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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