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 오수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부터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정부안 대로 2년간 과세를 유예하라는 국민동의청원에 5만 명이 서명하는 등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해당 청원은 국회에 올라온 지 하루만에 접수 요건을 충족시켰다. 접수 절차 이후 소관위원회로 넘어가면 심사에 들어가게 됐다. 청원인의 요청대로 과세 유예가 될 것인지, 민주당의 고집대로 내년부터 코인 과세를 하게 될 지 주목된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가상자산 매매 수익의 공제 금액을 기존 과세 최저한인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하는 세법 개정안을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5000만원의 공제를 받은 매매 수익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의 세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가상자산 과세는 지난 2021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본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 아래 두 차례 유예됐다. 정부는 두 차례 유예에도 지난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후 여전히 이용자 보호 장치가 미비하다고 판단해 올해 세법개정안에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추가 유예하는 방안을 제출했다.
# 민주당 ‘과세’ 강행… “유예하라” 청원 5만명 완료
그러나 민주당이 정부·여당의 유예 방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했던 민주당이 유예 방안을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 지난 19일 코인 과세 유예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이국회 전자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게재됐고 하루만에 5만 명이 이에 동의했다.
해당 청원을 게재한 청원인은 자신을 20대 청년으로 소개하며 과세 유예안을 반대하는 민주당에 대해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그는 “투자의 대상만 다를 뿐 같은 투자임에도 금투세는 폐지하고 코인은 과세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특히 과세 시행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스템 구축 없이 무작정 과세만 하려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 민주당, 공제 상향 카드 꺼내
이처럼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민주당은 과세 유예를 찬성하는 대신 공제액 상향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가상자산의 특성상 소액 투자가 많아 5000만원이 넘는 매매 수익을 얻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지난 10월 공개한 ‘2024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거래자 778만명 중 70% 이상이 100만원 미만 보유자로 확인됐다.
하지만 미국에서 친가상자산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가상자산 가격 상승폭이 커진 만큼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웹3 컨설팅 기업 디스프레드에 따르면 비트코인(BTC) 가격은 지난 5일에서 12일까지 일주일 동안 6만8000달러(약 9477만8400만원)에서 9만달러(약 1억2544만원)로 약 32% 올랐다.
같은 기간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총 거래대금은 28억8000만달러(약 4조268억원)에서 252억2000만달러(약 35조2525억원)로 8.75배가량 증가했다. 이는 이번달 코스피 평균 하루 거래 대금(약 1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홍푸른 디센트 대표 변호사는 “공제액이 커지면 세금 면제 대상이 늘어나겠지만, 시장을 주도하는 고래들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소액 투자자들에게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투세 폐지의 주요 이유 역시 고래들에게만 과세하더라도 시장 전반의 하락을 초래할 우려가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국내 가상자산 시장 위축될 수 있어”
이처럼 국내 주식 투자 환경과 가상자산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투자 금액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한 섣부른 과세로 업비트와 빗썸 등 중앙화 거래소를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가 주도하는 국내 시장 특성상, 과세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수호 르네상스 대표 변호사는 “국내 가상자산은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리테일이 강한 시장”이라며 “과세가 도입될 경우 투자자들이 세부담이 증가해 거래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고 자연스럽게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의 가상자산 친화 정책이 부각되는 시점에, 국내 업계의 입지가 약화되고 자본과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업권법 증진 공약 했지만…실행은 과세부터
민주당은 22대 정책 공약집에서 “디지털 자산 제도화를 통해 건전한 시장, 안전한 투자, 다양한 사업 기회를 보장하겠다”며, 임기 내 업권법 제정,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 증권형 토큰 법제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2대 국회 임기 시작 반 년이 지난 현재, 해당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채 과세안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수호 변호사는 “현재 업권법이 마련되지 않아 참여자 보호가 미흡한 데다, 거래소를 제외한 가상자산 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과세 도입은 과도한 규제와 세부담으로 관련 산업 위축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며 “과세는 필요하지만 지금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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