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재형 특파원] 미국 텍사스 연방 법원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정한 새로운 증권 딜러 정의 규칙을 무효화하며, 암호화폐 산업에 중대한 승리를 안겼다고 21일(현지시간) 외신들이 보도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SEC 위원장 게리 겐슬러가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맞춰 사임할 예정임을 발표한 날 이뤄져 더욱 주목는다.
법원, SEC 권한 남용 지적
사건을 담당한 리드 오코너 판사는 SEC가 제정한 딜러 정의 확장 규칙이 법적 권한을 초과했다고 판결했다. 해당 규칙은 암호화폐 업계를 포함한 광범위한 기업을 증권 딜러로 간주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판사는 “SEC가 증권거래법의 조문, 역사, 구조와 동떨어진 방식으로 광범위한 딜러 정의를 제정했다”고 지적하며 규칙 폐기를 명령했다.
이 규칙은 올해 2월 최종 승인됐으며,오코너 판사는 이전에도 암호화폐 기업 컨센시스(Consensys)가 SEC를 상대로 한 소송을 다룬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암호화폐 업계의 승리
이번 판결은 블록체인 협회(Blockchain Association)와 텍사스 암호화폐 자유 연맹(Crypto Freedom Alliance of Texas)의 소송에 따른 것이다.
암호화폐 업계는 SEC의 새로운 딜러 정의가 모호하고, 탈중앙화 금융(DeFi)을 비롯한 운영에 지나치게 가혹한 요구를 강요한다고 주장하며 반발해왔다. 이 규칙은 암호화폐 트레이더를 증권 딜러로 간주할 위험이 있었다.
블록체인 협회 CEO 크리스틴 스미스는 “이번 판결은 SEC의 반(反) 암호화폐 행보를 법적으로 저지한 업계의 승리”라며, “SEC의 권한 남용이 되돌려지고 디지털 자산 산업이 보호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SEC의 대응과 겐슬러의 유산
SEC 대변인은 “이번 판결을 검토 중이며 적절한 후속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겐슬러 위원장은 재임 기간 동안 암호화폐 규제 강화를 주장해왔으나, 이번 판결로 그의 규제 유산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SEC는 암호화폐 기업과의 법적 공방에서 여러 차례 승리를 거뒀으나, 이번 사건은 규제 기관의 범위를 두고 업계와 갈등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편 겐슬러 SEC 위원장의 월 사임 공식 발표에 이어 법원의 SEC 규칙 무효화 판결 소식이 더해지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의 상승폭이 확대됐다.
비트코인은 9만8700 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가를 다시 경신했으며, 이더리움과 솔라나, XRP 등 모두 10% 이상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