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재형 특파원] 미국의 2024 대통령 선거에서 암호화폐 보유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율 상승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22일(현지시간) 블록체인 연구 기관 패러다임(Paradigm)이 공개한 조사 결과에서, 암호화폐 보유자들은 트럼프의 승리에 기여하며 공화당의 대통령직 탈환을 도운 것으로 나탄났다.
조사는 여론 조사 전문 기관 퍼블릭 오피니언 스트래티지스(Public Opinion Strategies)와 협력해 진행됐다. 전체 유권자 중 암호화폐를 보유한 비율은 13%에 불과했지만, 이들이 대부분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암호화폐를 보유하지 않은 나머지 86%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와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가 각각 49%의 지지를 얻으며 팽팽히 맞섰다.
암호화폐 보유자, 공화당 지지 경향 뚜렷
조사 보고서는 암호화폐 보유자들 사이에서 공화당 지지 성향이 더욱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트럼프를 지지한 암호화폐 보유자들은 의회 선거에서도 공화당 후보들에게 표를 던지는 경향이 컸다.
암호화폐 비보유자들은 선거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들에게 각각 49%씩 표를 나눴지만, 암호화폐 보유자들은 공화당 후보를 55% 지지하며 민주당 후보(42%)를 13%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런 지지는 공화당이 대통령직과 의회의 다수를 장악하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암호화폐 전략 실패
이번 조사 결과는 민주당이 암호화폐 보유자들을 마지막 순간까지 설득하지 못한 것이 트럼프의 당선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조사에 따르면, 암호화폐 보유자의 21%는 투표 며칠 전에서야 지지 후보를 결정했고, 50%에 가까운 이들이 선거 당일 투표를 했다.
이는 암호화폐 보유자들이 선거 막바지 민주당의 공략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민주당 내부에서 암호화폐 친화적 정책에 대한 입장이 분열된 점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선거 막판까지 암호화폐 소유자들을 끌어들일 기회가 있었지만, 내부 분열로 인해 이를 실현하지 못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친암호화폐 정치인의 증가
암호화폐 시장 메이커 GSR의 연구 책임자 브라이언 루딕은 새로운 의회에서 친암호화폐 성향의 상원의원이 58%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 의회의 50%보다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하원에서는 친암호화폐 의원 비율이 63%로 소폭 감소했다. 이는 암호화폐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의원들이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패러다임의 규제 담당 부사장 저스틴 슬로터는 암호화폐 보유자들 중 상당수가 젊고 유색 인종인 점을 강조하며, 이들이 2020년에는 바이든을 지지했지만 이번에는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이슈가 민주당 지지층 일부의 이탈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