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를 재무장관으로 지명했다.
베센트는 키 스퀘어 캐피탈(Key Square Capital Management) 헤지펀드 CEO에서 미국 경제를 책임지는 수장이 됐다.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트럼프의 경제 공약을 함께 만든 캔터 피츠제랄드(Cantor Fitzgerald) CEO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과 피튀기는 경쟁을 거쳤다.
2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등은 일제히 베센트와 루트닉 간의 자리 싸움과 트럼프 핵심 참모진, 월가 출신 인사들간의 권력 암투를 보도했다.
# 베센트는 어떤 인물?
원래는 미국 민주당을 후원하는 월가 펀드매니저였다. 전설의 헤지펀드 매니저 조지 소로스 사단이었고, 1992년 영국 파운드 공격 당시 주포였다. 당시 소로스는 파운드화를 붕괴 직전까지 몰고갔다.
베센트는 이 공로로 소로스의 후계자 소리를 들었으나, 자신만의 헤지펀드를 만들어 독립했다. 소로스는 대표적인 반 트럼프 월가 인사다.
베센트 자신도 20년 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엘 고어를 적극 후원했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베센트는 주로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냈다. 트럼프와의 인연도 그 무렵 형성됐다.
# 친 암호화폐 그리고 루트닉
베센트는 트럼프에게 암호화폐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한 인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루트닉과 함께 친 암호화폐 입장에서 기존의 월가와 새로운 디지털 금융을 연결하는 정책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베센트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재무장관 1순위였다. 트럼프의 강력한 관세 정책과 감세를 뒷받침할 인물로 월가의 추천을 받았다.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은 “베센트가 시장을 안정시키고, 재무장관으로 적임자” 라고 트럼프에게 조언했다.
그러나 루트닉이 막판에 복병으로 등장했다.
# 루트닉과 격렬한 충돌
루트닉은 트럼프 정권 인수팀의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일할 사람들을 찾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루트닉은 재무장관 후보를 물색하다가 스스로 재무장관이 되려고 했다.
루트닉은 일론 머스크까지 동원했다. 머스크는 지난주 엑스에 “베센트를 재무장관으로 선택하는 것은 평범하다” 며 루트닉이 적임자라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루트닉 측근들은 과거 소로스와 베센트의 관계를 부각시켰다. 소로스는 트럼프에 대해 극혐오 입장을 수 차례 밝힌 바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베센트가 내심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퍼뜨렸다.
베센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베센트 측근들은 2016년 힐러리 클린턴과 트럼프가 대선에서 맞붙었을 때 루트닉이 클린턴을 지지한 경력을 문제 삼았다.
# 트럼프의 짜증과 새로운 후보들
트럼프는 베센트와 루트닉의 관력 투쟁에 대해 짜증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트럼프는 두 사람을 모두 물리치고, 새로운 재무장관 후보들과 면담을 가졌다.
그 중 하나가 전 연준 이사 케빈 워시다. 워시는 트럼프의 별장 마라라고 별장으로 달려와 면접을 봤다. 워시는 자신이 연준 의장직을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참모들은 워시를 재무장관으로 일단 앉히고, 베센트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2026년에 워시를 의장으로 보내고, 그때 베센트를 재무장관에 임명하자는 것.
트럼프는 주변 인사들에게 재무장관으로 누구를 앉힐 것인지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집권 1기 NEC 국장이었고, 보수적인 언론에서 경제 평론가로 활동 중인 래리 쿠드로우는 베센트를 강력히 지지하며 그의 전문성과 정책 능력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트럼프는 결국 베센트를 재무장관에, 루트닉을 상무장관에 지명하는 것으로 교통정리를 마쳤다.
# 관세와 암호화폐 정책 놓고 마찰 예고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경제 참모들간에 마찰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벌써 나온다. 베센트와 루트닉의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 경제 공약의 핵심인 강력한 관세 정책의 실무 부서가 루트닉의 상무부이기 때문이다.
월가는 대중국 관세, 나아가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무차별적인 관세가 몰고 올 후폭풍을 우려한다. 수입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베센트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일종의 무역협상 카드라고 말한 적이 있다. 관세 강화에 대해 ‘소극적 지지’ 입장인 것 같은 인상을 풍겼다. 일부 트럼프 참모들이 베센트를 배척한 것도 이때문이다.
반면 루트닉은 진심으로 중국에 관세 폭탄을 투하할 태세다.
# 스테이블코인 정책
암호화폐 정책을 놓고도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 루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의 회사 캔터는 스테이블코인 테더의 재무관리를 도맡고 있다. 테더가 발행되면 그 돈으로 미국 국채를 사는데, 채권 매수 창구가 바로 캔트 피츠제랄드다.
베센트와 루트닉은 모두 친 암호화폐 인사이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금융과 암호화폐 시장을 연결하는 다리다. 그 규모가 커지면서 또 다른 역할을 예고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보유 중인 미국 국채가 증가하면서 안정성 논란이 있다.
미국 국채를 안정적으로 발행하고, 유통시켜야 하는 임무는 베센트 재무장관의 몫이다. 재무부 입장에서는 무작정 스테이블코인 확대를 용인할 수 없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와 그의 세 아들은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하는 탈중앙 프로젝트에 진심이다. 트럼프 가문의 디파이 프로젝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은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 대출 시스템이다.
# 비트코인 비축 정책
트럼프 암호화폐 공약의 핵심인 ‘비트코인 비축’ 도 베센트 재무장관이 실행해야하는 숙제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추진 중인 비트코인 비축을 위해서는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연준은 전략적 이유로 금(골드)을 보유 중이다. 연준의 금 보유를 줄이고, 대신 비트코인을 사자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공화당의 신시아 러미스 상원의원은 연준이 금 대신 비트코인을 비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갈등이 잠복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부상 중인 케비 워시는 암호화폐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워시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를 옹호하고 있으며, 민감 암호화폐 단독 사용에도 회의적이다. 연준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확대도 경계한다.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는 상무부와 연준, 그리고 의회를 설득해 트럼프의 관세 정채과 친 암호화폐 정책을 실행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베센트, 루트닉, 차기 연준 의장 등이 어떻게 합을 맞춰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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