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진정 안되고 美 대선 후 1400원대↑ 환율 불안으로 이번엔 동결
정부 ‘인하 요구’ 신호 계속…동결시 ‘실기론’ 재점화 되는 것은 부담
[서울=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 오는 28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는 이날 회의가 올해 마지막이다.
금통위가 지난 10월 11일, 1년 9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결정해 통화정책 기조 전환(피벗)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이후 지난 5일(현지 시간) 치러진 미 대선의 결과로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강달러’ 기조로 달러/원 환율이 최근 1400원대를 돌파하는 등 불안 조짐을 보이면서 새로운 제약 변수로 추가됐다.
여기에 8월 부동산 공급 대책과 9월 시행된 2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증가세가 진정되거나 축소(디레버리징) 되는 징후가 좀처럼 확인되지 않는 것도 금통위가 11월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은이 최근 밝힌 3분기(7월~9월)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가계 대출이 전분기 대비 16조원 늘어난 1795조 8000억원으로 집계되면서 2021년 3분기(34조 8000억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타 대출(683조 7000억원)은 12분기 연속 감소했지만, 주담대(1112조 1000억원)는 19조 4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가계 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0월에도 가계 대출 증가세는 유지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 대출은 6조 6000억 원 증가하면서 9월(5조 3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는 5조 5000억원 늘면서 전월(6조 8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지만, 같은 기간 기타 대출이 1조 5000억원 감소에서 1조 1000억원 증가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여기다 가계 대출이 제2금융권으로 쏠리는 풍선 효과까지 나타나는 모습이다. 지난 9월에 3000억원 감소했던 제2금융권 가계 대출은 지난달 2조 7000억원 늘면서 증가로 전환됐다. 상품별로는 주담대가 1조 9000억원, 기타 대출은 8000억원 증가했는데, 전월(각각 7000억원, -1조원)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가계 대출 증가세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금융 안정’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어려워졌다. 금리를 내릴 경우 조달 비용이 낮아져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10월에도 가계 대출 증가 폭이 8월 9조 7000억원에서 9월 5조 2000억원으로 내려온 것을 확인한 뒤 기준금리를 내린 바 있다.
채권 등 시장 전문가들은 수출 관련 불확실성 증대와 더딘 내수 회복세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 명분은 충분히 형성돼 있지만, 한은이 10월에 이어 연속으로 인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금리 동결’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다만 내년 말까지 장기적으로는 0.25%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하를 3~4차례 할 것으로 대체로 예상하고 있다.
새로운 금리 결정 고려 사항으로 대두한 환율 불안도 복합적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12일 1409.9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정부의 구두 개입 등으로 일부 진정됐다가 다시 올라 지난 주말 기준 1400원대 초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강달러’를 표방한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다 최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물가 상승 조짐에 ‘강달러’ 기조에 동행하는 모습이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연준 주최 행사에서 “미국 경제가 견실해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한다는 어떠한 신호도 보내고 있지 않다”며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인플레이션 동향에 따라 연준이 천천히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선 직후인 지난 7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현재 정책금리 수준은 추가 인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약적인 수준”이라며 사실상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속도 조절론’으로 입장이 바뀐 것이다. 이에 앞서 발표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불안한 조짐을 나타낸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연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달로 예정된(12월 17일~18일) 올해 마지막 FOMC에서 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해야 할 요인이다.
마지막 금통위를 앞둔 한은의 또 다른 고민은 정부, 특히 경제 부처에서 경기 진작을 위한 ‘금리 인하’ 요구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는 점이다. 지난 10월 금리 인하에 대해서 ‘실기론’으로 한 차례 논란이 벌어진 데다 대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한은을 포함한 국내외 기관들의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 전망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도 금리를 동결할 경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ojh11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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