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 유예를 둘러싸고 여·야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에도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여전히 미흡하다며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세 유예에 반대하며 대신 공제 한도를 기존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국회 조세소위 소소위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 논의가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26일에 예정됐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도 자연스럽게 미뤄지게 됐다. 과세 유예를 두고 여·야 간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큰 것으로 보인다.
# “과세 시스템 마련,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처럼 여·야의 대립이 첨예하게 나뉘는 가운데 과세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실제 단기간 내 과세를 위한 제도적 준비가 가능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가상자산 시장은 국내 거래소뿐만 아니라 해외 거래소, 탈중앙화 거래소, 커스터디 업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보관될 수 있어 이를 효과적으로 추적하고 관리할 시스템을 단기간에 마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익명성이 보장된 블록체인 산업에서 개인 지갑 라벨링 방법, 해외에서 유입되는 자금 처리 방안 등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사업자와 투자자의 동의를 이끌어낼 기준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의 분산화된 보관 방식이 국경을 초월해 이뤄지는 만큼 과세 당국이 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할 제도적 기반을 단기간에 구축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 강경한 민주당…국내 투자자들 반발 커져
이러한 우려에 대해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순차적으로 진행하면 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 진성준 의장은 지난 22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해외 거래소에서 코인 거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 경우) 국내 거래소에서 확인 가능한 거래부터 과세하면 된다. 2027년에 해외 거래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되면 그때 과세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초기 제도가 미흡하더라도 과세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진 의장은 “(직접) 코인 투자를 해보지 않아서 (시스템을) 잘 모르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며 가상자산 시장의 이해가 충분하지 않음을 드러냈다.
민주당의 강경한 입장이 이어지자 국내 투자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전자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코인 과세 유예를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하루 만에 답변 요건인 5만명을 채웠다. 또한 가상자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과세 유예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지난 22일 한 투자자는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열고 민주당에 과세 유예를 촉구했다. 그는 “이 시위는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모든 사람의 목소리”라고 시위 소감을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내 일부 투자자들은 지난 25일부터 과세 유예를 요구하는 시위차량 운행을 시작했다.
1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국내 가상자산 커뮤니티의 운영자 A씨도 “현재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기술적,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해외거래소 이용자들의 세금 징수 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고 시장 환경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가상자산을 하나의 자산으로 인정해주고 주식과 부동산과의 과세 체계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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