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재형 특파원]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 산업이 날로 성장하고 세계적인 경쟁 또한 심화되면서 최근 여러 국가들에서는 명확한 관련 규제 마련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경쟁적으로 이를 추진 중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의 발전을 위해 혁신적인 기술 개발 이상으로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 마련이 우선이라는 주장은 이전부터 계속됐다.
최근에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의 회복을 위해서도 분명한 규제의 틀을 통해 기관투자가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는다.
암호화폐 관련 명확한 규제 마련을 가장 서두르는 국가는 러시아를 꼽을 수 있다.
러시아는 암호화폐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암호화폐 채굴 기업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지만 명확한 규제 마련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부에 올해 7월까지 암호화폐와 관련된 연방법의 시행에 들어갈 것을 명령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47개 행정명령 목록을 승인했는데, 이중에는 “디지털 경제 발전을 목표로 하는 연방법”의 채택을 확실히 하기 위해 정부가 의회와 협력하라는 명령이 포함됐다.
러시아는 일찍이 “디지털 금융 자산”의 정의를 암호화폐까지 확대했다. 푸틴의 이번 명령은 지난해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한 대통령 명령과도 비슷하다.
일본에서는 정부 당국 뿐 아니라 시장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이 자체적인 규제의 틀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달 초 일본의 암호화폐사업자협회(JCBA)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새로운 ICO(암호화폐공개) 규제 권고안”을 공개했다.
JCBA의 권고안은 일본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확대, 유틸리티 토큰과 증권형 토큰의 명확한 정의와 규제 등을 주제로 포함하고 있다.
JCBA는 지난해 말 ICO 검토 그룹을 발족했으며, 이를 통해 ICO 관련 규제에 관한 전반적인 논의를 진행해 새로운 권고안을 마련했다.
한편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은 16개 암호화폐 거래소로 구성된 일본가상화폐거래소협회(JVCEA)는 지난해 말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자체적인 금융규제기관으로 승인을 받았다.
JVCEA는 지난해 8월 일본 금융청에 금융규제기관 승인을 공식적으로 신청했다. 당시 협회가 금융규제기관 승인을 신청한 목적은 정부와 협력해 일본의 암호화폐 산업을 자체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안 마련과 관련 감독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은 지난 2월 당국이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 및 혁신 촉진을 위한 암호화폐 산업 규제안을 내놓았다.
필리핀 카가얀 경제지역당국(CEZA)은 유틸리티 토큰과 증권화 토큰을 포함한 암호화폐의 취득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CEZA 측은 이 규정의 목적이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암호화폐 산업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규정과 관련, CEZA의 라울 람비토 CEO는 이 규정이 암호화폐 부문의 성장 억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화 혁신 촉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암호화폐 관련 규제 기관을 일원화하는 조치를 취했던 태국에서는 처음으로 ICO(암호화폐공개) 포털 개설을 승인했다.
태국은 지난해 6월 디지털 자산에 대한 왕실 칙령을 발효시킴에 따라 태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암호화폐 및 ICO에 대한 모든 규제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태국 증권거래위원회는 ICO의 심사, 실사, 스마트 계약 소스 코드 확인, 고객 확인 절차 등을 할 수 있는 첫 ICO 포털을 승인했다.
이처럼 여러 국가들에서 명확한 규제의 틀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최근 미국의 한 고위관리는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가 너무 나서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일 미국 워싱턴 디씨에서 개최된 제4회 블록체인 서밋 행사에서 미 국무부의 경제성장, 에너지 및 환경 담당 차관 마니샤 싱은 연설을 통해, “우리는 다른 나라들이 기술의 연착륙과 호환이 가능한 규제를 수용함으로써 민간 부문의 블록체인 혁신과 새로운 잠재적 사용을 가능하게 해 주기를 원하며, 때로는 정부가 먼저 나서지 않는 것이 최선의 역할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블록체인 기술은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 첨단기술이 우리 경제에서 더욱 폭넓게 채택됨에 따라 이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