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세계 금융 중심지인 뉴욕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기반 옵션이 출시됐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나스닥은 블랙록의 IBIT 옵션 거래를 시작했으며 첫날에만 19억달러(약 2조6500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 블룸버그 애널리스트 제임스 세이파트는 X(옛 트위터)를 통해 투자자들이 비트코인(BTC) 상승에 압도적으로 베팅했다고 밝혔다. 실제 총 35만 4000건의 거래 계약 중 80% 이상이 콜(매수) 옵션이었다.
# ETF 옵션, 어떻게 시장을 정교하게 만들까?
이번 현물 ETF 옵션 출시를 두고 노엘 애치슨 크립토이즈매크로나우(Crypto is Macro Now) 뉴스레터 제작자는 X를 통해 IBIT 옵션 출시가 시장을 한층 정교하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왜 애치슨은 옵션이 시장을 정교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을까. 그 이유를 알려면 우선 옵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옵션은 주식, ETF, 비트코인 등 특정 자산을 미래의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A 주식을 두 달 뒤 100만원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5만원에 샀다고 가정해보자. 만기일에 주가가 120만원으로 오르면 투자자는 옵션을 실행해 프리미엄을 제외한 15만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만기일에 주가가 100만원 아래로 떨어지면 옵션을 포기하면 된다. 이때 손실은 5만원으로 제한된다.
이처럼 옵션 거래는 리스크 관리, 레버리지 효과 등 투자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많은 도구를 제공한다. 현물 ETF 옵션은 하락장에서도 투자자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풋옵션 매수나 콜옵션 매도 전략을 제공해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혹 라이(Hock Lai) 글로벌 핀테크 연구소 공동의장은 지난 27일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주최한 비대면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해 “미국은 현재 비트코인을 포함해 여러 가상자산 파생상품들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품들은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관리하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중요한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한국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
미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시작으로 금융 다각화를 이루며 시장의 정교함을 더해가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현물 ETF 허용을 둘러싼 논란 속에 있다. 금융당국은 현물 ETF 발행과 중개가 자본시장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ETF는 기초자산에 기반한 지수를 추종하는데 자본시장법상 비트코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현재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등 가산자산에 대한 성격이나 정의 등에 대한 기본적인 부분보다는 이용자보호를 위한 시장 내 불공정 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가상자산이 실질 경제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량이 국내 주식 시장보다 더 많은 현상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있으며, 시장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불공정 거래 여부를 중점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혹 라이 의장은 “현재 한국 시장은 과도한 규제로 인해 파생상품은 물론 ETF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기관 투자자들의 유입을 어렵게 만들어 시장의 성숙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글로벌 시장과 단절돼 있어 유동성 부족, 가격 변동성 심화 등의 비효율성을 경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규제 중심의 운영이 오히려 투자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설명이다.
# “가상자산 산업은 성장 중…세금, 점진적으로 적용해야”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이용자 보호 기조가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용자 보호의 대상인 투자자들마저 보호보다는 산업 진흥을 바라고 있다는 주장이다.
안태현 로드스타트 매니징파트너는 “국내 금융당국의 주요 목적은 투자자 보호지만, 투자자들은 이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은 정부와 기업들이 자유롭게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 있지만, 한국은 법인계좌 허용이 되지 않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비트코인을 보유한 개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이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과세 형평성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개인들이 해외 거래소로 탈출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수호 르네상스 대표 변호사도 블록미디어 통화에서 “현재 해외에서 보관된 가상자산 거래 소득에 대한 과세를 완벽하게 포착하기 어렵다”며 “특히 개인 지갑에 보관 중인 자산이 해외 거래소나 제3자와의 개인간거래(P2P) 거래를 통해 소득이 발생할 경우 이를 추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차별적 과세가 발생할 수 있어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시 큰 조세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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