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국회에서 증권의 디지털화를 위한 법안이 다시 발의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될 시 다양한 비정형 자산을 증권화해 거래할 수 있는 유통 플랫폼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토큰증권(ST)은 기존 금융을 포함해 부동산, 국채 등 실물자산을 토큰화해 증권 형태로 발행하는 것이다. 자산의 유동성을 높이고 소액 투자자를 포함한 다양한 투자자의 접근성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 체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다양한 권리의 증권화와 투자계약증권을 포함한 비정형 증권의 유통 방안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에서 금융위는 토큰증권의 발행·유통을 허용해 증권의 발행과 거래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행법에서 발행과 유통의 겸업이 금지돼 있어 개정이 필요했다.
이에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의 정비 방안을 바탕으로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21대 국회가 종료되며 자동 폐기됐다. 이후 22대 국회가 지난 5월 새로 시작됐지만, STO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토큰증권 생태계를 준비하던 업계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인성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부문 대표는 지난 8월 열린 ‘한국-일본 블록체인 기반 토큰증권시장’에서 토큰증권 법제화가 지난 국회에서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며 당국이 관련 제도화에 속도를 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디지털 자산은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증권사들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에 실제 이것이 활용될 수 있도록 빠른 제도화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향후 개정안이 통과되면 증권사들은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토큰증권의 유통시장은 한국거래소가 주도하는 장내시장과 중개업자를 통한 장외거래로 나뉘며, 증권사는 장외거래에서 중개업자로서의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STO 시장에서 예상되는 증권사의 역할과 수혜’ 보고서를 통해 “장외거래 시장이 열리면 증권사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는 유통 플랫폼에 토큰증권을 상장할 때 발행사로부터 상장 주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으며, 토큰증권 매매가 가능해지면 거래 중개에 따른 매매 수수료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 STO를 넘어 스테이블코인까지
국내에서 아직 법의 한계로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실물자산을 토큰화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3월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실물자산 시장을 겨냥한 토큰화 펀드 비들(BUIDL)을 출시했다. 비들 펀드는 미국 단기 국채(Treasuries), 환매조건부채권(Repo) 등 안정적인 자산으로 구성된 자산 풀(asset pool)을 만들고 이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 자산 풀의 구성을 다각화해 그 위험성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상자산 산업 및 블록체인 혁신을 위한 2차 입법 과제’ 세미나에 참여해 테더(USTC)와 써클(USDC) 등 선도 기업이 이미 자리 잡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블랙록이 진입한 이유에 대해 스테이블코인이 앞으로 신용카드를 대체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신용카드와 같은 금융 서비스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대규모 가맹점 네트워크를 통해 현금처럼 사용되는 신용카드 시스템을 구축했듯, 스테이블코인도 디지털 결제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국내, 가격 측정 쉽지 않은 자산에 초점”
이처럼 해외에서는 미 국채와 회사채 등 유동성과 위험 관리 경험이 풍부한 자산을 중심으로 토큰화를 진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며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 토큰화 시장은 한우와 미술품처럼 자산 가격 측정이 어려운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의 경우 한우, 미술품, 콘텐츠와 같은 비정형 자산은 기초자산 시장에서 가격 반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가격 산정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며 “이러한 자산이 토큰화돼 구조화 채권 형태로 발행되더라도, 자산 풀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합리적으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발행사가 큰 위험을 안게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토큰 증권이 조각화돼 유통되는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에 의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경우, 버블이 형성되고 붕괴될 위험이 존재한다”며 “이때 버블로 인한 손실은 발행사가 모두 흡수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에 비정형 자산을 활용해 수요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발행된 구조화 토큰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또한 중요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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