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암호화폐 업계에서 ‘비트코인 예수’로 불렸던 로저 버(Roger Ver)가 미국 당국의 기소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버의 변호인단은 이번 기소가 정부의 과도한 권한 행사와 증거 왜곡에 기반하고 있다며 기소 취하를 요청했다.
버는 지난 2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암호화폐 컨퍼런스에 참석하던 중 스페인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이는 미국 검찰이 제기한 8건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것으로, 검찰은 버가 2017년 약 24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 판매로 발생한 세금을 신고하지 않았으며, 2014년 시민권 포기 당시 자신의 자산 가치를 축소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표적 논란
버는 이번 기소가 그가 공개적으로 미국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를 비판해온 점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2014년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세인트키츠네비스로 이주한 뒤 암호화폐 채택 확대와 규제 완화를 주장하며 활동해왔다. 버는 “미국 국적을 포기한 이후 IRS(국세청)와 법 집행기관의 표적이 될 것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당시 암호화폐에 대한 세금 관련 명확한 지침이 부족했음을 지적하며, 버가 전문 법률 자문을 통해 법을 준수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IRS는 2014년 이후에야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간주해 자본 이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지침을 명확히 제시했다.
#법적·산업적 배경
버의 변호인단은 미국 법무부가 체포 과정에서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 통신을 부당하게 입수했고, 이를 대배심에 선택적으로 제출해 공정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민권 포기 시 부과되는 ‘출국세(Exit Tax)’가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고도 밝혔다.
이 사건은 미국 정부와 암호화폐 업계 간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발생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이를 바이든 행정부의 ‘암호화폐 탄압’ 사례로 간주하고 있다. 반면, 2025년 1월 취임 예정인 트럼프 행정부는 친(親) 암호화폐 정책을 예고해 버의 법적 대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변호인단은 “이번 기소 취하가 업계 규제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저 버의 재판은 2025년 2월로 예정되어 있다. 이번 사건은 미국 암호화폐 규제의 방향성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이번 사건이 암호화폐와 관련된 세금 및 규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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