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우연수 기자] 탄핵 결의 하루를 앞두고 밸류업 관련 정책과 이를 뒷받침할 법안들이 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 극한의 대치 속에 자본시장 정책들이 표류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으로 구성된 KRX 은행 지수는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이후 이날 오전까지 8.25% 하락했다. KRX 증권 지수는 6.15% 빠졌다. 금융주는 올초부터 기업 밸류업 기대감으로 오른 대표 업종이다.
정부가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해온 자본시장 활성화가 방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상장사들이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밸류업 정책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법 개정, 주주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합병·분할시 주주 보호 장치를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 3일 발의됐으며 금투세 폐지는 여야 합의를 거쳤고 법안 통과만 앞두고 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현 정권의 리더십과 정권 유지 여부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으로 정책 추진 주체이자 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존재한다”며 “연속성 있게 장기간 노력을 들여야 안착이 가능한 정책 과제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폐지하기로 한 금투세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개인투자자들 우려도 큰 상황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을 폐기하고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합의했으나 아직 법 통과까지 이뤄지진 않은 상황이다.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날은 10일이다.
금투세 폐지에 목소리를 내온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온라인 카페엔 “10일 폐지 법안이 통과되도록 촉구해야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등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다만 김윤정 연구원은 “금투세 폐지 안건은 정기국회 마감을 일주일 앞두고도 아직 통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이미 지난주 민주당론을 폐지로 확정했기에 불확실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여야의 대치가 극으로 달하며 자본시장 정책에 대한 관심 자체가 사그라들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최근 상법 개정, 기업 합병·분할시 주주 보호 제도의 필요성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지만 당분간 정치권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어서다.
민주당은 이재명 당대표를 좌장으로 한 상법 개정안 정책 토론회를 지난 4일 열기로 했으나 일정을 취소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 퇴진에 당력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원내 전략을 대폭 수정하기로 했다.
상법 개정은 이사가 주주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법에 명시하는 것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법 개정과 다른 루트로 민주당이 추진 중이 일반주주 보호 법안이다.
정치 리스크가 단기간 해소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가 이어지며, 헌재 탄핵까지 인용시 대통령 파면 이후 60일 이내 후임 대통령 선거가 치뤄진다.
다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오랜 과제로 자리잡은 만큼 정책 성격이 크게 바뀔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긍정적 견해도 있다.
김윤정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윤석열 정부의 추진력을 상실할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문제에 있어 상법 개정안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과제 측면에서의 긍정적인 변화는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계엄 선포와 해제 이후 한국 주식 상황에 대해 “한국 주식시장의 재평가에 야당이 지지하고 있다. 일반 주주를 위한 시장 환경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