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정치 불안과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며 윤석열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밸류업 정책이 힘을 잃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대한 투자 유도를 위해 개발된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지난 6일 958.41로 장을 마무리했다.
연말 배당시즌이 다가오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고배당주를 사들이며 지난 3일 지수가 26.46포인트(2.76%) 오르는 등 훈풍이 불었지만 계엄 선포·해제 직후인 지난 4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을 이어갔다.
지난 4일에는 9.99포인트(1.01%), 5일에는 3.75포인트(0.38%), 6일에는 13.10포인트(1.35%) 각각 지수가 빠졌다.
어려운 국내 증시 속에서도 밸류업 정책을 동력으로 눈에 띄는 상승세를 나타내온 금융주들이 줄줄이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밸류업지수는 주주환원율과 자본효율성 등 주주가치 지표가 높은 상장기업 100개를 담고 있다. 기준 시점은 올해 1월2일, 기준지수는 1000포인트로, 현재 기준선을 49.59포인트 밑돌고 있다.
밸류업지수가 내림세를 이어가며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4일 국내 증시에 상장된 12개 밸류업ETF가 모두 손실을 보고 있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내놓은 액티브형 ETF인 ‘KoAct 코리아밸류업액티브’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이 -5.21%를 나타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코리아밸류업’ 역시 -5.21%의 손실을 봤다.
뒤를 이어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코리아밸류업액티브'(-4.93%) ▲하나자산운용 1Q 코리아밸류업(-4.77%) ▲삼성자산운용 KODEX 코리아밸류업(-4.73%) ▲한화자산운용 PLUS 코리아밸류업(-4.72%) ▲키움자산운용 KOSEF 코리아밸류업(-4.71%) ▲KB자산운용 RISE 코리아밸류업(-4.71%) 등이 저조한 성적을 냈다.
또 ▲신한자산운용 SOL 코리아밸류업TR(-4.63%)▲NH-아문디자산운용 HANARO 코리아밸류업(-4.51%)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코리아밸류업(-4.40%) ▲트러스톤자산운용 TRUSTON 코리아밸류업액티브(-3.76%) 등이 약세를 보였다.
LS증권 김윤정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윤석열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정책 추진의 동력이 돼야 할 법 개정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이던 상황이었다”며 “이번 사태로 현 정권의 리더십과 정권 유지 여부에 대해 빨간불이 켜지며 동력 상실 위험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롤모델격인 일본은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위해 10년간 기업 지배구조 개정 노력을 이어왔다”며 “연속성 있게 장기간의 노력을 들여야 안착이 가능한 정책 과제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오랜 과제로 삼아왔기에 정책 성격 자체가 크게 바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한화투자증권 김도하 연구원은 “최근 은행주 하락은 비상계엄 발동·해제 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과 밸류업 정책 이행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은행주가 지금껏 선진적 자본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던 것은 애초에 회사의 능력이나 의지 때문은 아니었다”며 “그러므로 연중 발표된 주주환원 정책을 원안대로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는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최근의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며 “바닥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BNK투자증권 김인 연구원은 “최근 정치적 리스크로 은행주가 피해주로 인식되며 단기 급락했다”며 “하지만 자사주 소각 및 배당 증가시 법인세 감면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유효하고, 2025년 이후 총주주환원율의 큰 폭 상승을 감안하면 최근 은행주 하락은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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