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증시를 짓누르는 정치 불확실성이 비상 계엄을 넘어 ‘탄핵 정국’으로 확산하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이후 3거래일(12월 4~6일)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조335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 사태 전인 지난 3일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5655억원 순매수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다시 매도세로 돌아선 것이다.
외국인 매도 공세에 이 기간 코스피는 2.87% 하락했다.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장중 2400선 마저 붕괴되는 등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연기금 등 기관이 매수에 가담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던 정책 관련 업종의 약세가 두드러졌다”며 “과거 대통령 탄핵 정국 초기에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내 증시가 하방 추세를 보였는데, 주말에 탄핵안의 표결이 실시되는 만큼 경계 심리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외국인은 계엄 사태 이후 KB금융을 가장 많이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최근 사흘 동안 KB금융을 332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에 KB금융의 주가는 3거래일 연속 내리며 17% 넘게 빠졌다.
외국인 순매도 2위는 대장주 삼성전자(-2843억원), 3위는 신한지주(-1013억원)가 차지했다. 뒤를 이어 현대차(-813억원), 기아(-492억원), LG화학(-399억원), 고려아연(-388억원), 하나금융지주(-321억원), 두산(-296억원), LG전자(-278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중 삼성전자와 두산, 고려아연을 제외하고 7개 종목이 모두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은행주(3개), 자동차(2개), IT(2개) 등으로 외국인은 금융업종 매도를 집중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은행주들의 주가 급락과 외국인 이탈은 예상치 못한 계엄 사태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주들은 최근 증시의 약세 속에서도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며 사상 최고가 부근에서 움직인 바 있다. 최대 실적과 고배당 매력, 밸류업지수 편입 등의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리면서, 다른 업종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치권의 대립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정국 불안이 외국인 매도세를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를 ‘종북 반국가세력’으로 지칭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6시간이 지난 다음날 새벽 국회 요구에 계엄을 해제했다. 이후 반격에 나선 야당은 지난 5일 감사원장과 서울 중앙지검장을 탄핵했고, 7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에 나설 예정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이은 은행주들의 주가 급락은 비상계엄 발동 및 해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와 밸류업 정책 이행에 대한 불안감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최근 은행주의 단기 주가 급락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유효하다는 점과 내년 이후 총주주환원율의 큰 폭 상승을 감안하면 최근 은행주 하락은 과도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외국인은 비상 계엄 사태 이후 네이버(736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두산에너빌리티(659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635억원), POSCO홀딩스(487억원), 현대로템(325억원), HD현대일렉트릭(248억원), 카카오(217억원), 한화시스템(216억원), SK하이닉스(216억원), 크래프톤(186억원) 등의 순으로 매수세가 컸다.
◎공감언론 뉴시스 byh@newsis.com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