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지난주 한 회장님과 점심을 함께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IMF 외환위기 전까지 신흥 재벌 총수로 언론에 오르내리던 분입니다.
지금은 은퇴해서 50대 아들이 주도하는 몇몇 사업을 지켜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들과 함께 테이블에 앉았는데요. 선약이 있었던 아들은 시간보다 약간 늦게 동석 했습니다.
그사이 회장님은 젊은 시절 정치, 경제, 사회 얘기를 하셨습니다. 격동의 80년대와 90년대를 무슨 다큐멘터리처럼 얘기 보따리를 푸시더군요.
역사책이나 오래된 기사에나 등장하는 정치인, 고위 관료, 기업인들 이름과 일화들이 등장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자, 그럼 오늘 화제로 돌아갑시다. 비트코인이 뭐에요?”
점심 값을 해야해서 최대한 쉽게 설명을 드렸습니다. 옆자리의 50대 아드님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제 설명의 상당 부분을 이미 알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당연하겠죠. 2024년 12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하시는 CEO가 디지털 자산에 대해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되죠. 70대 회장님이 이날 자리를 만든 것은 50대 아들이 아니라 20대 손자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한참을 디지털 자산 시장과 기존 금융시장과 우리나라의 관련 정책의 얘기를 하고 점심이 마무리될 무렵이었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비트코인이고, 테라-루나는 왜 망한 거 뭐에요?”
회장님의 이 질문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깊이가 다른 질문이었으니까요.
아무튼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차를 기다리며 50대 아드님과 잠깐 더 얘기를 했는데요. 회장님의 손자는 추정컨데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회장님께서 손주를 정말 아끼시는 것 같아요. 코인 투자도 손자를 위해 고민하시는 것 같던데.”
50대 아들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손자는 할아버지나 아버지보다 더 많은 코인을 알고 있거나, 이미 투자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12월 3일 밤. 블록페스타 행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카톡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계엄이 뭐에요?”
그 일이 벌어진 직후 우리집 20대들이 일제히 던진 질문입니다. 밤을 홀딱 지새우고, 다시 가족 톡방을 봤습니다. 자기들끼리 이런 저런 얘기를 했더군요.
관련 속보를 처리하느라 보지 못했던 톡이 쌓여 있어서 하나하나 읽었습니다.
“그러니까 돌아가신 할아버지부터 나까지 전 세대가 계엄 세대네 ㅋㅋㅋ”
‘ㅋㅋㅋ’ 이 약간 거슬렸지만 듣고 보니 맞는 말입니다. 제 입장에서도 계엄이라는 단어는 역사책에서만 있었으니까요. 70대 이상 회장님 세대에서 계엄은 현실이었지만요.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 왜 계엄이 벌어졌는지?”
국회가 계엄을 무효화시킨 후 최악은 지나갔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20대들 ‘겜성’ 은 현 사태를 웃음 코드로 어떻게 비틀었을지 궁금했습니다.
“빽 소리를 질렀대. ‘술 좀 그만 마시고 게임이나 해’ 그랬더니 게임을 계엄으로 잘못 알아들었다는 거야. ㅎㅎㅎㅎㅎㅎㅎ”
누가 누구에게 소리를 지르고, 누가 술을 마셨는지는 일일이 말씀 드리지 않을게요.
2024년 12월 대한민국의 70대부터 20대까지 전 세대는 몇 가지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코인, 계엄. 그리고 게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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