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국내·외 정치적 상황 등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와 금을 확보해두려는 고객 자금이 은행 창구로 몰리는 모습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5일 기준 605억7307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589억6855만 달러에서 이달 들어 16억452만 달러, 우리 돈으로 2조3000억원 가까이 불어난 규모다.
앞서 5대 은행 달러예금은 10월말 605억8434만 달러에서 지난달 16억1579만 달러 빠진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당선과 한국은행의 2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해 고공 행진하면서 차익 실현에 나선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철회,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추진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일별 잔액이 큰 폭으로 요동치고 있다. 차익 실현에 나서는 수요와 함께, 앞으로 원화값이 더 빠지고 강달러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에 안전자산을 확보해두려는 수요가 맞물리는 상황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고환율을 반영한 증시 외국인 순매도 장기화, 수입 결제 등 역내 저가매수는 하단을 지지한다”며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 탄핵 이슈까지 화두로 부상하면서 이미 4분기 소외되고 있던 원화 위험자산 선호도는 바닥을 칠 공산이 크다. 환율 레벨이 높고, 원화 강세 전환 기대가 크지 않다는 점도 외국인 자금 유입을 억제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박석현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과 유로존 경기 여건 차별화가 뚜렷하고, 정책 금리의 상대적 격차가 유지될 경우 달러화 강세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며 “이와 같은 대외 환경 속에서 국내 경기와 정치적 불확실성 위험이 더해지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고환율 국면이 지속될 수 있고, 이는 국내 주식시장 외국인 자금 유입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국민과 신한, 우리 등 금통장(골드뱅킹)을 취급하는 3개 시중은행의 누적 판매중량은 5일 기준 6256㎏으로 집계됐다. 계좌수는 270만423좌, 잔액은 7502억원 규모다. 이들 은행의 금통장 판매중량은 10월말 6285㎏에서 11월말 6249㎏으로 감소했다가 이달 들어 다시 불어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공시된 국제금시세 동향에 따르면 g당 가격은 이달 3일 11만9000원대에서 4일 12만원을 넘어섰다. 한국금거래소 시세를 보면 매입 가격이 한 돈(3.75g)에 51만원을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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