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겸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국의 2차 계엄령 선포 가능성과 관련해 미국의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차 석좌는 7일(현지시각)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2차 계엄령 선포는 동맹과 아시아, 경제 안보, 유럽 전쟁(우크라이나 전쟁)에 과 관련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반적인 외교 정책을 두드러지게 확고하게 지지해 온 한국 대통령을 향해 미국이 어떠한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끔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은 지금까지 한국이 위기 해결을 모색하는 동안 법치주의와 헌법적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며 어느 쪽에도 동조하지 않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라며 “민주적 가치와 자유와 관련한 지지를 한국의 세계적 역할과 대통령 임기 의제로 삼았던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에서 취한 가장 비민주적인 행동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사실에는 역설적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은 사임을 거부하고 야당 지도자를 부패 혐의로 감옥에 가두어 다음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박탈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 어떻게 끝날지는 불확실하지만 악몽 같은 시나리오는 군부가 거리로 복귀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분노와 좌절감으로 인해 정치적 혼란 속에서 두 번째 계엄령을 선포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한국 민주주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도자로서 그의 퇴진은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민주주의, 안보, 국가 번영과 이를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이 희생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라며 “현재 시점에서 식별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는 현직 대통령의 퇴진이다. 그러나 이 과정의 시간과 방식은 한국, 미국, 세계에 큰 경제적, 정치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민 70% 이상이 윤 대통령의 퇴진을 원하지만 여당은 아직 야당의 탄핵 요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이 위기는 이미 서울 도심에서 민중 시위를 촉발했다. 빠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시위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거의 반세기 전 한국 군부 독재자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라면서 “이번에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은 불확실하다. 국회가 계엄령을 무효로 한 뒤 윤 대통령이 군대를 병영으로 돌려보냈지만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차 석좌는 군은 최고 통수권자인 윤 대통령 명령에 불복종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봤다. 동시에 주식시장과 기업 신뢰도도 하방 압력에 놓이고 한국의 혼란한 정치 상황에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할 수 가능성도 우려했다.
차 석좌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반도 정세 판단에도 변화가 생겼을 것으로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그동안 한반도를 볼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불안정성에 초점을 뒀지만 계엄 정국으로 인해 미국의 핵심 동맹국에서 민주주의 후퇴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됐다. 국민의힘 의원의 퇴장으로 300명의 재적의원 중 200명을 채우지 못해 개표조차 하지 못했다.
무기명 투표는 이날 오후 6시17분께 시작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은 투표 종료 선언을 미루며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의 참여를 호소했다. 하지만 3시간가량 대기에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 192명과 안철수·김예지·김상욱 국민의힘 의원 3명 등 195명만 참여해 의결 정족수인 200명을 채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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