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번지며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도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9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과 여・야 이견이 없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주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기국회 종료를 하루 앞두고 탄핵 이슈가 불거지며 투자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소득세법 개정안이 연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이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 처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업권법 논의 뒤로 밀릴까
이처럼 과세 유예를 포함해 탄핵 정국이 모든 이슈를 잠식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디지털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업계가 성장을 위한 기본법 마련을 시급히 요구해 온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월 디지털자산 위원회를 출범하며 속도를 내고 있던 상황이라 아쉬운 대목이다.
장두식 빗썸 시장감시실 실장은 지난 3일 열린 블록페스타 2024를 통해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은 기본법이 없어 사업 행위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거래소의 수수료 비즈니스 외에는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도 없는 상태”라며 2차 업권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규제 불확실성 해소는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규제와 육성이 별개로 보일 수 있지만, 규제 공백을 해소하는 것이 산업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도 업계 의견을 수렴해 해외 사례를 검토하며, 관심이 집중된 법인 참여 문제에 대한 정책 마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해당 논의들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타이거리서치는 ‘계엄령 사태로 인한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회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 관련 주요 입법 사항들이 이번 탄핵 이슈로 인해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는 한국의 디지털자산 시장 제도화에 더욱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디지털자산 영향은?
계엄으로 시작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국내 시장을 뒤덮고 있다. 코스피는 9일 전 거래일 대비 2.78% 하락하며 2360.58로 마감했다. 코스닥도 5.19% 내린 627.01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지정학적 위험이 증가하며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7.8원 오르며 1437.0원까지 치솟았다.
조나단 가너 모건스탠리 아시아 및 주식 전략 수석은 4일(현지시각) CNBC와 인터뷰에서 한국 주식에 대한 비중을 축소하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한국 시장의 높은 무역 의존도가 한국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트린 응우옌 나티시스 수석 분석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계엄 시도는 매우 나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수출 감소, 약한 내수 수요 등 한국 경제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적 불안까지 겹쳤다”며 “한국 경제는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내 시장의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디지털자산 시장도 타격을 받았다. 계엄 사태 이후 국내 주요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들이 급락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계엄에 공포를 느끼며 보유 디지털자산을 시장에 던졌고 패닉셀이 일어났다. 이에 당시 원화 거래소인 업비트와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비트코인 가격 차이가 한때 30% 이상 벌어지며 큰 역프(국내 거래소 가격이 해외 거래소 보다 낮아지는 현상)가 발생했다.
이후 가격을 빠르게 회복했지만 시장의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불분명한 과세 유예와 국내 정치적 혼란이 가중된다면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 또는 탈중앙화 거래소(DEX・덱스)로의 유출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디지털자산 시장, 오히려 기회될 수 있어”
다만, 디지털자산 시장은 국내 증시만큼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비트코인(BTC) 등 주요 디지털자산은 개별 국가의 위험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다.
김동혁 리서처는 전 세계 거래량 중 국내 점유율이 높은 종목은 가격 변동성이 클 수 있지만,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에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디지털자산은 국내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전통 자산에 비해 글로벌 환경에 더 크게 노출돼 있어, 정치적 불안정성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며 “이 점이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점차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거 리서치도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된 상황에서 비트코인과 같은 글로벌 코인들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될 수 있다”며 “과거 홍콩 시위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디지털자산이 자산 도피처로 활용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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