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우리나라 최초로 ICO(암호화폐 공개)를 진행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보스코인(BOScoin)’의 내부 분열이 장기화되고 있다.
대개 블록체인 프로젝트 팀 또는 업체는 ICO를 진행하고자 암호화폐로 회계 처리가 가능한 스위스에 재단을 설립해 사업을 진행한다. 이 때 개발사와 재단 간 이중 권력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내부 분쟁이 발생하곤 한다.
한때 암호화폐 시가총액 20위 권에 속했던 테조스(Tezos)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테조스는 지난해 초 스위스에 재단을 설립해 ICO를 진행했다. 당시 테조스 측은 견제와 균형을 통한 회사 독립성 향상을 위해 스위스 재단과 협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재단 측이 회사 운영에 심하게 간섭한다며 사업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고, 결국 분쟁 3개월 후 재단 이사장과 이사 일부가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국내 기업에서는 한국 최초 ICO를 진행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보스코인’의 내부 분열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28일 보스코인 메인넷 가동 이후 드러난 내부 갈등이 지금까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 재단 “블록체인OS 기술 개발 미흡” VS 개발사 “지적재산권 소유는 우리에게”
대게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재단이 ICO를 진행하고, 개발을 위해 회사를 세운다. 이 때 재단이 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갖고, 회사는 하청 개발사에 그친다. 하지만 보스코인은 프로젝트 개발을 먼저 시작하고, 회계 처리를 위해 재단을 나중에 세운 경우다.
2017년 4월 스위스 주크에 설립된 비영리기관 ‘보스플랫폼 재단’ 측에 따르면 “스위스 현지 법에 따라 ICO를 진행하는 재단은 메인넷 관련 모든 지적 재산권을 소유하고 있어야 하지만, 보스코인의 경우 이러한 권한 소유가 개발사인 ‘블록체인OS’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재단 측은 블록체인OS에 시스템 관리 권한 이양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하지만 재단과 개발사 간 갈등은 개발 과정에서 양측의 이해가 부딪치면서 더욱 심화됐다. 보스플랫폼 재단 측은 “블록체인OS에서 예산을 집행하거나 기존 백서와 다른 내용으로 진행하게 될 경우 재단으로부터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이를 블록체인OS가 어겼다”며 “블록체인OS 임의로 임시조직을 만들어 개발을 진행하거나 백서와 다른 내용을 발표해버리는 등 재단과 협의가 안된 채로 진행된 사항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이유로 재단은 보스코인 관련 모든 지적 재산권을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에 대해 블록체인OS 측은 재단의 요구에 거부 의사를 일찍이 밝혔다. 재단 설립 이전부터 블록체인OS가 개발한 지적 재산이 있고, 이를 재단에 양도하는 경우 배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올해 들어 블록체인OS가 재단으로부터 개발 자금을 받지 못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더구나 지난달 15일 재단과 블록체인OS 간 개발 계약이 해지됐다. 보스플랫폼 재단 이사는 최예준 블록체인OS 대표, 김인환 전 대표, 스위스인인 서지 코마로미(Serge Komaromi) 등 3명이다. 김 전 대표와 서지 코마로미 이사가 블록체인OS와 재단 간의 계약 해지에 동의한 것이다.
이 배경으로 재단 측은 기술 개발 미흡과 방만한 운영비 사용 등을 들었다. 재단 측은 “메인넷 개발에 이미 120억원이 소요됐는데, 메인넷 결과물을 보니 백서 1.0에서 제시된 내용과 완전히 다른 형태였다”며 “관련 전문가들도 기술적으로 미흡하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를 비롯해 블록체인OS 측은 “그간 지적재산권을 무조건 재단으로 이양하라고 주장하던 김인환 이사장이 넉달 만에 기술 수준이 낮다는 핑계로 개발 계약을 파기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행동”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커뮤니티 또한 재단 측과 개발사 측으로 양분화됐다.
지난달 28일 보스코인 투자자들로 구성된 보스 콩그레스 코리아 준비위원회(준비위)는 직접 거리에 나서 보스플랫폼 재단 김인환 이사장과 스위스인 서지 코마로미(Serge Komaromi) 이사의 사퇴와 검찰 조사를 요구했다. 이날 준비위는 김 이사장과 서지 이사가 보스코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보스코인과 상관없는 보스플랫폼파운데이션코리아와 익스트리머라는 특정 기업에 지급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블록체인OS가 아닌) 더 믿을 수 있는 개발진을 준비하고 있었고, 익스트리머라는 곳도 개발사 중 하나”라며 “기술 개발은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재단으로서는 다른 측면에서도 계속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답변했다.
현재 보스플랫폼 재단 내에서 발생한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스위스 사법당국의 협조가 필요해 조사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재단-개발사’ 관계 설정 중요하다
실제 이러한 거버넌스 이슈로 인한 프로젝트 분쟁 사례는 지난해 테조스 포함 카르다노(Cardano) 등 줄지어 드러난 바 있다. 이 배경으로는 재단과 개발사 간 관계 설정이 미흡하고, 해당 국가의 법령을 충분히 체크하지 못한 점 등이 거론된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재단과 회사 간 관계 설정을 사전에 어떻게 해 두는지, 스위스 법령을 프로젝트 팀이 충분히 점검을 해 두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관계 설정이 안되면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한국 개발사가 해외에 나가 비영리재단 법인을 만들어 ICO를 추진하게 될 때, 모인 자금은 재단법인의 것이 된다”며 “이후 재단이 한국 개발사 뜻을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통상 재단법인은 비영리 목적으로 설립되는데 한국 개발사는 ICO를 영리 목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충돌이 일어나기 쉽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사업 형태이다 보니 분쟁 해결이나 투자자 보호 설계도 미흡하다. 정 변호사는 “원칙적으로는 ICO 투자를 할 때 분쟁 해결을 어디서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정한 것이 있어야 하고, 실제 분쟁이 일어나면 그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 보스플랫폼 재단 측은 “스위스 재단을 만들어 운영되는 자체가 새로운 사업 형태이기 때문에 분쟁 해결과 관련해 문서화하거나 구체화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답했다.
재단과 개발사 간 분열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 보호 설계가 마련된 것이 없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정 변호사는 “ICO를 진행한 해외 발행 주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이 첫 번째이지만, 해외 재단이 국내 자산이 없다면 해외에 직접 가 소송을 진행해야 돼 비용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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