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 암호화폐 기업들이 전통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되는 ‘디뱅킹’ 현상이 정치적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규제 강화로 인해 은행 서비스 접근이 차단된 업계가 이를 정부의 탄압으로 간주하며 반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암호화폐 스타트업, 은행 규제 압박에 고립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기반 암호화폐 스타트업 에코(Eco)의 창립자 라인 삭스는 지난해 초 은행들로부터 새로운 규제를 요구받았다. 이는 에코가 암호화폐 기업으로 규제 당국의 집중적인 감시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강화된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에코의 급여 서비스 제공업체 빌닷컴(Bill.com)은 새로운 정책을 이유로 계좌를 해지했다.
이에 삭스는 결국 앱 서비스를 중단하고 은행 의존도를 줄인 새로운 사업 모델로 전환해야만 했다. 그는 이를 두고 “점진적으로 은행에서 배제되는 지옥 같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디뱅킹’ 사례는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은행이 암호화폐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거나 계좌를 폐쇄하는 사례가 늘면서 업계는 이를 “운영 방해”로 간주하고 반발하고 있다.
#암호화폐 규제 논란, 정치적 갈등으로 격화
‘디뱅킹’ 논란은 미국 정치권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벤처투자자 마크 안드레센은 인기 팟캐스트에서 민주당이 암호화폐 스타트업을 “테러 수준”으로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엘론 머스크,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 등 주요 업계 인사들로부터 지지를 얻으며 논란을 확대했다.
정치적 환경 변화도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다. 비트코인 지지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업계는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데이비드 삭스를 ‘백악관 암호화폐 차르’로 임명하며 업계의 기대를 높였다.
#디뱅킹 논란, 양측의 입장 엇갈려
전문가들은 ‘디뱅킹’ 현상이 암호화폐 산업의 높은 리스크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코넬대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암호화폐 기업과 거래하는 것은 평판과 재정적 위험을 동반한다”며 은행들이 이를 기피하는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암호화폐 업계는 심각한 피해를 주장한다. 뉴욕대학교 겸임교수이자 암호화폐 컨설턴트인 오스틴 캠벨은 은행 계좌를 잃은 암호화폐 기업들이 “사업에 큰 타격을 입는다”고 강조한다.
암호화폐 기업 블록데몬(Blockdaemon)의 CEO 콘스탄틴 리히터는 “암호화폐의 목적은 금융 소외 계층을 지원하는 것이지만, 이제 우리가 금융 소외 계층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 계좌를 잃은 암호화폐 창업자들은 대안을 찾아, 미국을 떠나거나 암호화폐와 해외 직불카드 같은 임시방편에 의존하고 있다.
# 규제 재조사와 입법 움직임
암호화폐 업계는 ‘디뱅킹’ 문제 해결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을 강화하며 관련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현재, 암호화폐 규제 재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벤처투자자 닉 카터는 의원들과 논의 중이며, 입법을 통해 암호화폐 기업의 권리를 보호할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아칸소주 공화당 하원의원 프렌치 힐은 “은행 규제 당국의 암호화폐 기업 처리 방식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입지가 강화될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지는 앞으로의 정책 변화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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