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이 지구촌을 연결하며 입지를 넓혀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암호화폐 투자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전반적인 정책결정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 자칫 산업 육성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 주요국들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에 현재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정책과 규제 동향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스위스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야의 실질적 선도국가다.
지난해 1월 스위스에서 열린 크립토포럼(Crypto Finance Conference TM)에서 요한 슈나이더 암만 스위스 재무장관은 “스위스 국가 이념은 자유, 안전, 독립, 분권화”라며 “블록체인 기술은 이 이념들을 기술적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스위스 주크(Zug)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개발 허브인 크립토밸리(Crypto Valley)가 만들어졌다. 암만 스위스 재무장관은 “5년 안에 크립토밸리에 국한하지 않고, 스위스를 ‘암호화폐 천국(Crypto Nation Switzerland)’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크립토밸리는 스위스가 암호화폐 허브 국가로 거듭나는 첫걸음인 것이다.
주크는 입주 기업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 주는 등 블록체인 산업에 친화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 주크의 실질 법인세율은 연방세와 지방세를 합쳐 14.5% 수준이지만, 해외 기업이 입주하면 최저 8.5% 수준까지 낮춰준다.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은 주크에서 제시한 원칙만 지키면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고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다. 주크에서 ICO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이 주식회사(AG)로 등록해야 하며, 최소 10만 스위스프랑(CHF)(약 1억 1400만원)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또 기업이 사업 투명성을 보장하는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면 금융 계좌도 만들 수 있다. 암호화폐 거래를 위해서는 자금세탁방지(AML) 라이센스를 획득하면 된다.
이러한 조건을 맞춰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꼽히는 ‘이더리움 재단’이 스위스 주크에서 ICO를 진행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보스코인을 시작으로 아이콘, 에이치닥 등이 스위스에서 ICO를 했다.
스위스는 가이드라인도 발 빠르게 제시했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관리당국(FINMA)은 지난해 2월 ICO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토큰을 지불형(Payment), 유틸리티형(utility), 자산형(asset) 3가지로 분류했다. 지불형 토큰은 지불 수단으로만 사용되는 암호화폐를 말하며, 유틸리티형 토큰은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사용되는 암호화폐다. 자산형 토큰은 기존 주식이나 채권처럼 물리적 자산이나 수익, 배당금, 이자 등을 제공하는 토큰이다. FINMA는 ‘투자’의 기능을 지닌 자산형 토큰만 자금세탁방지 규정 등 기존 증권법 규제를 받도록 했다.
최근에는 자금세탁 등 불법 행위를 막고자 스위스에서도 규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진보 성향의 지오반니 메를리니 의원이 암호화폐에 전통적 자산과 동등한 규제를 적용하자는 규제안을 내놨다. 메를리니 의원은 새 규제안을 발의하면서 “암호화폐는 탈중앙화 된, 암호에 기반을 둔 P2P(개인 간 거래) 데이터 네트워크를 보유한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발행 가능하다”면서 “암호화폐의 많은 부분은 완전 익명성을 지니며 이는 갈취와 돈세탁을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새 규제안이 최종 승인될 경우 현재의 행정 및 사법 관련 법안은 조정 과정을 거쳐 암호화폐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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