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규리 기자] 신흥국(EM) 통화 가치가 2년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이후 미국 달러 가치 상승과 함께 각 국가별로 발생한 내부 악재가 맞물리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JP모건이 산출하는 신흥국 통화 지수는 올해 10월 이후 두 달 반 동안 5% 넘게 급락했다. 지난 2022년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초기 이후 최대 폭의 매도세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4분기에 분기 기준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하게 된다.
달러를 제외한 다른 통화들이 전반적으로 약세다.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23개 이상의 통화가 이번 분기 동안 달러 대비 하락했다.
신흥국 자산의 투자심리를 반영하는 주요 지표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같은 기간 약 2.4% 하락했다.
국가 별로 내부 상황에 따라 상황은 더 심각하다. 브라질의 경우 공공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헤알화가 달러당 6헤알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FT는 한국의 원화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타격을 받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씨티은행이 추적하는 EM 캐리 트레이드 바스켓의 올해 수익률은 1.5%에 그쳐, 지난해 7.5%와 큰 격차를 보였다. 캐리 트레이드는 낮은 금리 통화(달러, 엔)로 차입해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신흥시장 통화를 매수하는 전략이지만, 최근 글로벌 금리 환경 변화로 수익성이 크게 줄었다.
신흥국 통화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은 추가적인 위험 요소를 주시하며 향후 시장 동향을 주목하고 있다.
맥쿼리의 티에리 위즈먼 글로벌 외환 전략가는 신흥시장에서의 매도세가 미국 자산 외에는 투자 대안이 없다는 뜻의 ‘티나(TINA·There Is No Alternative)론’을 되살리고 있다며 “요즘 경제가 탄탄하단 얘기가 나오는 신흥시장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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