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 “암호화폐, 분산화,확장성,안전성 모두 실패했다” VS 부테린 “블록체인은 진화하고 있다”
[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금융위기를 예고한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와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분산경제포럼’에 참석, 암호화폐의 가치와 블록체인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 ‘비트코인 부의 불평등 북한보다 심각’ vs ‘블록체인을 오해하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토론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분산화, 확장성, 안정성에 모두 실패했다”며”오히려 중앙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익명성이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채굴사업장은 중앙화 되면서 51% 공격이 발생할 위험이 커졌고, 트랜잭션 수수료도 들쑥날쑥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부를 중심으로 비트코인의 불평등은 북한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비탈릭 부테린은 “루비니 교수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과 개념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반박했다. 분산화 돼 있지 않고, 중앙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부테린은 “부의 불평등 이야기가 나와서 확인해봤는데 불평등을 판단하는 지표인 지니계수의 경우 북한은 0.93, 미국은 0.88 , 그리고 비트코인은 0.88 수준이었다”며 이런 발표나 수치는 사실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갑 주소가 여러 개일 수도 있고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데 부를 추적하고 다른 나라와 비교한다는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 ‘익명성 악용 범죄 많아’ vs ‘회계 투명성 높일 수도’
암호화폐의 익명성에 대해서도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루비니 교수는 암호화폐의 익명성이 개인 사생활 보호가 아니라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온라인을 통해 막대한 자본이 거래되고 있는데 그 자본에 대해 세금을 물릴 수가 없어 횡령, 탈세, 테러, 인신매매 등이 인터넷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테린은 “금융사기나 범죄는 기존 시스템에서도 있어왔다”며 “블록체인은 더 좋은 방향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예를 들어 과자를 팔고 세금을 매겨야 한다면 회계장부와 일치하는지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이 때 블록체인은 거래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세밀한 부분까지 모두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루비니 교수가 아직 실현된 것은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하자, 부테린은 “지금의 비판이 2018년, 2019년의 기술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현재 이더리움이 샤딩이나 플라즈마를 통해 업그레이드 되고 비트코인이 라이트닝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발전하는 것처럼 블록체인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쓰레기코인 많다’는 분석에는 한목소리
크립토 버블이 심각하고, 시장에 가치가 부풀려진 코인 이른바 레기코인이 많다는 점에 대 해서는 두 사람 모두 인정했다. 루비니 교수는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누구나 쓰레기 코인을 만들어내고 가치를 부풀리기 쉽다”며 “진짜 문제는 발행자가 양적완화(발행량 늘리기)를 할 때에도 일정한 ‘규칙’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버블이 끝나고 암호화폐 가치가 90%이상 사라지는데 걸린 시간은 1년이었다”며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진행한다 해도 가치가 이처럼 순식간에 사라지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부테린 역시 암호화폐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다만, 가치가 하락한 것은 초기 자산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주식이나 금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부테린은 “쓰레기 코인들은 결국 가치를 잃겠지만 이로 인해 암호화폐 시장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 부테린은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애플리케이션이 많아지면 암호화폐 시장도 경제성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