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의 실질 도입에 앞서 CBDC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연구를 하는 것이 먼저라는 주장이 나왔다.
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DECONOMY(분산경제포럼)’ 행사에서 백종찬 디코노미 오거나이저를 좌장으로 스탠리 용(Stanley Yong) IBM 블록체인 최고기술책임자(CTO), 프란시스코 리바데네이라(Francisco Rivadeneyra ) 캐나다 중앙은행 수석연구원, 안토니 루이스(Antony Lewis) R3 책임연구원, 지나 피어더스(Gina Pieters) 시카고대 교수가 ‘CBDC 영향과 흐름’에 대해 토론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금융 포용성과 정책 효율성 등의 이유로 ‘CBDC’를 들여다 보고 있는 점에 공감하면서, 실질 도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CBDC, 금융 포용성·사이버 범죄근절 위해 필요”
CBDC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의 접근은 달랐다.
우선 개도국에서는 CBDC를 결제 수단으로 보고 있다. CBDC를 도입해 온라인 금융 결제를 가능케 해 결제 편리성과 효율성을 높이길 원하기 때문이다. 스탠리 용 IBM 블록체인 CTO는 “개도국에서는 신용카드나 온라인 금융결제 환경이 잘 갖춰져 있지 않고, 결제를 위해서는 화폐가 이동해야 해 보안도 완벽하지 않다”며 “이를 보완할 시스템으로 CBDC를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온라인 금융결제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 선진국에서는 결제 시스템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금융정책, 범죄 등에 CBDC를 활용하고자 한다.
실제로 이 자리에서 프란시스코 리바데네이라 캐나다 중앙은행 수석연구원은 캐나다 중앙은행이 CBDC를 바라보게 된 세 가지 동기로 ▲정책 이행 효율화 ▲결제시장의 경쟁력 확보 ▲주변 금융 기관들의 참여 독려 ▲사이버 범죄 예방 등을 꼽았다. 그는 “중앙은행이 자체 시스템을 기반으로 디지털 통화를 보유하게 되면, 해킹 공격이 들어와도 시스템을 백업하거나 복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CBDC 도입이 또 다른 금융 소외 계층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나 피어더스 시카고대 교수는 “스웨덴에서는 현금 기반 결제를 줄여나가고 있고, 케냐에서는 모바일 결제 관련 여러 노력이 추진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두 국가에서는 현금 이용자가 소외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CBDC를 도입했을 때 경제 활동이 잘 이루어지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프란시스코 리바데네이라 캐나다 중앙은행 수석연구원은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생각지도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처럼, 경제 활동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캐나다 중앙은행에서는 비현금 경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가정해 보고,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실험적 접근이 먼저다”
하지만 CBDC을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이전에, CBDC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내리고 연구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에도 패널들은 공감했다.
안토니 루이스 R3 책임연구원은 “지금은 CBDC가 무엇인지 정의를 먼저 내리는 것이 먼저다”라며 “특히 중앙은행은 현금 흐름을 촉진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기관이므로 CBDC 금리부터 누가 관리해야 할 것인지 살펴보는 등 ‘실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나 피어더스 시카고대 교수는 실물 경제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CBDC가 소매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CBDC가 소액결제대행사(PG)에만 영향을 미칠 것인지, 국영, 민영 은행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지도 연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문제도 언급됐다. 지나 피어더스 시카고대 교수는 “정부가 금융거래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할 것인지도 문제”라고 말했으며, 스탠리 영 IBM 블록체인 CTO 또한 “금융거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정보까지 공개를 허용할 것이고, 정부가 어떻게 설계할 지도 숙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복합해 적용했을 때, 이점이 발생하는 것은 국가마다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프란시스코 리바데네이라 캐나다 중앙은행 수석연구원은 “중앙은행이 개인 신분 정보와 연동해 디지털 화폐를 구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움은 없지만, 이러한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CBDC를 구현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인지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은 CBDC 관련 연구가 필요할 때라는 점에 패널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스탠리 용(Stanley Yong) IBM 블록체인 CTO는 “CBDC 기능은 몇 년 동안 실험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며 “지금은 실험하고 연구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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