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Tether)가 유럽연합(EU)의 암호화폐 규제 미카(MiCA)에 대응하기 위해 몰타 기반의 소규모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StablR’에 상당한 지분을 투자했다. 테더는 자체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중단하고, 규제를 준수하는 기업과 협력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이는 MiCA 시행 이후 암호화폐 시장의 규제와 혁신이 교차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결정이다.
# MiCA란 무엇인가?
MiCA는 ‘Markets in Crypto-Assets’의 약자로, 암호화폐와 관련 서비스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 틀이다. 기존 금융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았던 암호화폐 시장을 다루며 EU의 디지털 금융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MiCA의 첫 발걸음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암호화폐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던 2010년대 후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시장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통일된 규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이에 따라 MiCA는 2020년 9월 24일 공식 제안됐으며, 디지털 금융 강화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EU의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발표됐다.
# MiCA의 적용 자산
MiCA는 암호화폐 자산을 △디지털 토큰(ART) △전자화폐 토큰(EMT)△기타 암호화폐로 구분해 규제한다. EMT는 유로,달러 등 법정 화폐로 뒷받침되는 토큰, ART는 다양한 자산으로 담보된 디지털 토큰을 의미한다. 두 토큰 유형은 안정적 가치를 유지하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지만, 설계와 규제 요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 디지털 토큰(ARTs)
ART는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유형이다. △법정화폐 △원자재 △암호화폐 등 다양한 자산을 담보로 사용한다. 예) USDe, 합성자산형 스테이블코인
- 전자화폐토큰(EMTs)
EMT는 유로, 달러 등 공식 법정 화폐에 직접 연동된 디지털 자산이다. 디지털 화폐와 유사한 역할을 하며, 안정적 가치를 제공해 일상 결제와 거래에 활용된다. 예) USDC, USDT. 이 외의 암호화폐는 ‘기타’ 범주로 분류된다.
- NFT(대체 불가능 토큰)와 dApp은 제외
NFT와 탈중앙화된 애플리케이션(dApp)은 MiCA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NFT가 유틸리티 토큰과 유사한 기능을 하거나 대량으로 발행될 경우 MiCA 규제를 받을 수 있다.
#MiCA 규제 대상과 의무
MiCA는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자(CASP)를 주요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이에 해당하는 기업은 △지갑 서비스 △암호화폐 거래소 △토큰 발행사 △암호화폐 자산 투자 자문사 등이다. 이들은 EU 내 사무소를 두고 최소 한 명의 EU 거주자를 이사로 임명해야 한다. 또한, 자금세탁방지(AML) 및 고객확인(KYC) 절차를 도입하고, 거래 투명성을 위한 리스크 공시 및 요금 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EU내 사용자 수가 연평균 1500만 명을 초과하는 CASP는 ‘중요 CASP(sCASP)’로 분류돼 더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미치는 영향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한 감독은 유럽증권시장청(ESMA)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된 금융 안정성 문제는 유럽은행감독청(EBA)이 맡는다. EU 회원국은 자국 내 MiCA 규제를 집행할 규제 기관을 지정해 국가별 상황에 맞춰 규제를 조정한다.
MiCA는 단계적으로 시행 중이다. 2024년 6월 EMT와 ART에 대한 규제가 적용됐으며, 오는 12월 30일부터 자금이체규정(TFR)이 발효된다. 주요 변화는 CASP가 EU 내에서 운영하기 위해 반드시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보안, 거버넌스, 컴플라이언스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 스테이블코인에 엄격 ‘논란’
업계는 규제 변화의 속도에 맞추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MiCA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엄격한 자산 보유 요건과 보고 의무를 부과한다. 테더(USDT)와 USD 코인(USDC) 같은 외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거래량이 일정 한도(하루 100만건, 2억유로)를 초과할 경우 발행 중단과 보고가 요구된다. 반면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별도 제한이 없다.
보고 의무사항이 강화되면서 테더는 지난달 자체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철회하고, EU 승인을 받은 Quantoz나 StablR과 같은 소규모 발행사에 투자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테더의 파올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 CEO는 “규제 환경의 진화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이는 유럽 은행업계의 취약성을 더 악화할 수 있는 시스템적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유럽 스테이블코인 시장 재편
MiCA 시행 이후 유럽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재편되고 있다. 지난 6월 미카가 초기 시행된 이후 테더와 일부 거래소들은 스테이블 코인을 상장 폐지하거나 서비스를 조정했다. 반면, USDC와 EURC를 발행하는 서클(Circle)은 프랑스 규제 당국으로부터 EMI 라이선스를 획득해 EURC 발행을 확대하며, MiCA 준수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67%를 차지했다. 코인베이스(Coinbase)도 테더(USDT)를 상장 폐지하고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확대하며 주요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유럽 스테이블코인 시장, 글로벌 시장 대비 성장 기대
카이코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약 2000억 달러 규모로,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99%를 차지하고 있다.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약 4억 달러 규모로 미미한 편이다. MiCA 규제가 안정적인 시장 형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테더의 StablR 투자는 이러한 성장 가능성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카이코리서치는 “MiCA는 EU 내 암호화폐 규제를 통합해 기업의 복잡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 MiCA는 유럽뿐만 아니라 글로벌 암호화폐 규제의 기준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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